직장인의 프리랜서 도전기 21.
한 달 반 동안의 프리랜서 체험을 끝내고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왔다. 애초부터 계획되어 있던 재취업이었고, 계획대로 성공했지만 그리 기쁘지만은 않다. 그리고 재취업에 성공하기까지의 여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기에, 시작하기 전에 이미 진이 빠지는 기분이랄까?
최근 재취업 준비로 브런치에 글을 자주 쓰지 못했던 터라 내심 마음에 걸렸었는데, 드디어 상황이 정리되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머리와 상황이 복잡하면 어떻게든 글을 써서 풀어내려고 했는데, 상황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니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도 이렇게 마음에 안정을 찾고 어느 정도의 생각 정리가 되어서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다. 어쨌든 두 번째 도전 끝에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세 번째 도전에도 회사와의 인연이 닿지 않는다면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려고 했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본격적으로 프리랜서 전선에 뛰어들어 돈벌이 수단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내가 프리랜서 체질이 맞는지 체험의 차원을 넘어선 무모한 도전 같은 것 말이다. (차라리 그게 더 나았으려나...?)
처음 스쳐간 곳은 며칠간의 교육 끝에 시험을 두 번 거쳐 최종 시험에 통과를 해야 입사가 되는 곳이었다. 첫 번째 시험날, 나는 직감했다. 취직에 성공하더라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동반할 것 같은 촉이 온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자발적으로 회사와의 인연을 거부했다.
그리고 두 번째 회사, 이곳도 마찬가지로 교육 후 최종 시험에 합격을 해야 입사가 되는 곳이었다. 첫 번째 회사에서 이미 교육에 질릴 만큼 질려버린 터라 의욕이 반절은 나가떨어진 상태였다.
입사 전 교육과 시험이 다 무슨 소용이람? 일은 일단 시작하고 부딪히며 배워나가는 것이라는 마인드가 강한 나로서는 이런 형식적인 절차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이번 기회를 통해 또 한 번 확신했다. 난 정말 회사 체질이 아니라는 걸. 회사 안에서 당연히 여기는 것들이 내게는 당연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천성이 현실주의자인 것을.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이 방법밖에 없는 걸까?
하기 싫은 일을 이제는 좀 내려놓을 때도 된 것 같은데. 이쪽 세계는 이제 질릴 만큼 질려버렸고 더 이상 궁금한 것도, 재미도 찾아볼 수 없는 지경까지 도달했는데 말이지. 하기 싫은 일을 내려놓아야 새로운 운이 들어올 공간도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니, 재취업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마음에 이런 확신이 차오르는 것일까?
어쨌든 돈을 벌고 모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이왕 하는 거면 긍정적인 마음으로 일하는 게 정신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회사에 몸 담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회사 일에 최선은 다하되 온 마음을 쏟지는 말자. 예전처럼 인정받으려 애쓰지도 말자. 그저 지금까지 그래 왔듯 최대한 빨리 프리랜서의 길이 열리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굳은 다짐을 해본다.
그래도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걸어서 편도 40분), 구내식당(사내식당)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비교적 안정적인 출퇴근 시간의 조건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지 않으려고 한다. 프리랜서가 되기 위해서도 반드시 그래야만 하고. 목적지를 알고 가는 길에 더 이상의 방황은 없길 바라며,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 옮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