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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벼리 Oct 09. 2022

내 인생 멀리서 바라보기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명언이 있다. 모두 행복해 보이는데 내 인생만 노잼인 것 같다면 한 번쯤 떠올려 봐도 좋을 법한 말이다. 인스타그램을 예시로 들어보면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가장 행복한 순간만을 기록하는 곳, 모두와 밀접한 관계가 아니고서야 우리는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 


나도 한때 인생 노잼 시기가 왔다며 원인 분석을 열심히 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나에게도, 주변 환경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던 것이다. 그래서 최근 3개월간 스캐쥴러를 살펴봤더니 생각보다 잦은 간격으로 행복한 이벤트들이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내 인스타그램 피드를 봐도 남들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누가 봐도 행복한 사람의 느낌.


그랬다. 내 인생을 너무 가까이에 놓고 바라본 탓에 넓은 시야로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이 따분하다고 해서 내 인생이 재미없는 것이 아닌 것임을, 그동안 쌓아온 기록들을 통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나는 평소에 핸드폰으로 일기를 쓴다. 일기 앱을 사용한지는 몇 년 되었는데 수시로 지난날을 찾아보지는 않는다. 그저 순간의 감정과 상황들을 기록하고 싶을 때 앱을 켜서 기록할 뿐. 그런데 이렇게 기록해둔 내 인생을 제3자의 시선으로 다시 되돌아볼 때면 나의 부족한 부분과 좋은 부분이 객관적으로 보인다. 나의 감정 기록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영역이니, 틈날 때 조금씩이라도 적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때의 감정이 왜 생겼는지에 대한 자세한 상황 설명도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번에 똑같은 상황이 왔을 때 과거의 나와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에서 느끼는 내 감정이 얼마나 성숙하게 변화했는지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 생각보다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내면과 가장 가까워지는 시간이 일기를 쓰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말이 아닌 글이지만, 어쨌든 나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니까. 내가 몰랐던 감정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통해, 타인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깊은 감정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못난 내 모습과 잘난 모습 모두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내가 여기서 다양한 수단을 통한 기록의 중요성을 언급했는데, 자신의 인생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건, 자신이 솔직하게 기록한 것들이 가장 객관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이 나를 알아봤자,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나 내가 해준 말들을 근거로 판단하기에, 객관적이라고 보기엔 애매하다. 


내가 이 방법들을 통해 인생 노잼 시기를 극복해냈기에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정리해 보자면,


첫째, 일기를 쓴다.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든, 손으로 일기를 쓰든 상관없다. 본인이 편하고 좋은 방식으로 하면 된다.


둘째, 스캐쥴러를 관리한다. 이 또한 나는 스마트폰 앱을 사용한다. 검색 기능이 편리하고 오래전 기록까지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편의성이 좋기 때문이다. 


셋째, SNS가 됐든 휴대폰 사진첩이 됐든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을 남긴다. 텍스트로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책으로 그때의 상황을 아무리 자세히 묘사를 한들 시간이 지나면, 그때의 장면들이 기억 속에서 흐려지기 마련이다. 사진이나 영상은 그때의 표정, 말투, 배경들이 어우러져 보다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 보여주기 위한 SNS에 좋은 모습과 싫은 모습 모두를 올리는 게 거부감이 든다면, 본인만 볼 수 있는 사진첩에라도 모두 기록해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 당시에 별로였던 상황도 그땐 그랬지 하면서 웃을 수 있고, 좋았던 것은 더 좋은 기억으로 다가오는 시간이 반드시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멀리서 보면 희극인 인생 아닐까?


타인과 마찬가지로, 나와 사이가 좋으려면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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