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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벼리 Aug 22. 2021

먹고 살 만큼만 벌까?

돈보다 행복이 중요한 인간 유형

처음엔 먹고 살 만큼만 벌어도 좋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은 법. 조직 생활이 싫다며 회사를 박차고 나왔지만, 어느새 또 조직 속에 몸담고 있는 나와 마주한다. (실질적으로 거주지 이동으로 퇴사했지만, 조직 생활에 지친 것도 사실.)


참고로 나는 돈 욕심이 없는 편이다. 돈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스타일은 아닌 것이다. 한방을 노리는 로또도 내 돈 주고 사본 적이 없다. 아마도 나의 수고와 노력이 깃들지 않은 돈은 의미가 없다는 무의식이 잠재되어 있는 듯하다.


내가 늘 추구하는 인생의 목적은 늘 한결같다. 바로, '글 쓰며 음악 하는 삶.' 하필 좋아하는 일이 배고픈 직업군이지만, 글 쓰고 음악을 만드는 일의 성격상 프리랜서를 선택해야만 한다. 다행히도 사색을 즐기는 성향이고, 집에 하루 종일 혼자 있어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만큼 즐겁고 행복하다. 정말 타고난 집순이지만 막상 밖에 나가 사람들과 교류하는 걸 보면, 그 또한 누가 봐도 외향적인 사람에 가까워 보인다.


그렇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 중에선 가장 외향적이고, 외향적인 사람 중에선 가장 내향적인 사람이다. 이 말인즉슨, 어디에 갖다 놔도 적응하며 살기엔 무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의 방향이 맞는 것일까? 근시안적으로 바로 앞만 보고, 너무 성급하게 결정한 것은 아닐까?

'내게 주어진 시간과 체력은 한정적인데, 과연 잘 쓰고 있는 것일까?', '나는 지금 누구를 위해 시간을 쓰고 있는 것일까?'와 같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나는 요즘 시간과 체력을, 회사를 위해 13시간씩이나 쓰고 있다. 하루는 24시간, 그렇게 되면 내게 주어지는 시간은 11시간. 그중에서 8시간은 잠을 잔다. 그렇다면 진짜 내 시간은 3시간밖에 남지 않는다. (와... 나 이렇게 살고 있네... 글 쓰면서 현타 오는 중이다.)


그렇다면 회사에 무슨 13시간씩이나 쓰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요즘의 생활 루틴을 보자면, 6시에 일어나 출근을 한다. 그리고 출퇴근에 왕복 2시간을 사용한다. 실제 근무 시간이 점심시간을 제외한 8시간이라고 쳐도, 회사를 위해 할애하는 시간을 합하면 총 13시간인 샘이다. 쉽게 말해, 출근 준비부터 퇴근 후 집에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이다. 시간에 비례해 돈이라도 많이 벌면 그나마 덜 억울할 텐데, 그것도 아니다.


하고픈 일이 없어서 회사라도 다니며 찾아보자는 심산이라면 그나마 버틸만할 듯하다. 하지만 난 하고픈 일이 명확히 있다. 그리고 하고픈 일에 시간과 노력을 하루 종일 쏟아도 모자랄 판국이다. '내가 지금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싶다가도, 지금 쏟고 있는 시간과 정성이 회사에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순간, 정신이 번뜩 들었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로 전향한다면, 재취업은 하늘의 별따기가 될 수도 있다. 사실 나를 가장 망설이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회사가 싫어서 프리랜서를 선언했는데 재취업을 한다? 그건 나이를 떠나서 초심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기에, 해선 안 될 생각이다. 어차피 결혼 생각도 없는 데다 하고 싶은 일까지 분명한 상황이라면, 용기를 내어보는 건 어떨까?


'평생 살 것처럼'이 아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라는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했을 때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자문해 보는 것이다. 하루를 살아도 즐겁게 살고 싶다.


소중한 사람을 하늘나라로 보낸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렇게 갑자기 떠나려고 아등바등 살았던 게 아닐 텐데... 세상 살이 다 부질없기에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다."라고 한다.


솔직히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에는, 그래도 난 젊은데 아등바등 까지는 아니더라도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경험치가 쌓이면서 '열심히만 산다고 해서 잘 되는 건 아니더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의 방향이 옳지 않다면, 잘못된 길로 전력 질주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길을 선택하고 방향을 잡았다면, 발걸음을 옮기는데 방해 요소가 되는 것들은 과감하게 잘라낼 줄도 알아야 한다. 당장에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물론 인생에 정답은 없다. 본인이 확신이 들면 결정하고, 실행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다. 그것이 어른이니까.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생각하고 믿어온 것들은 모두 현실이 되었다. 아마도 나라는 사람은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하게 되면 그 생각이 해결될 때까지 계속해서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되어야 그 생각이 끝나게 되니까.


아, 결국 난 이 생각을 또 현실로 만들겠구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따라 소크라테스가 남긴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너 자신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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