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프리랜서 도전기 10.
말이 많으면 실수도 많다. 그만큼 말이 많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덩달아 쓸데없는 말을 하기 쉽다.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집에 돌아왔는데 행복한 게 아니라 오히려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그래서 내일부터는 다시 말수를 줄이기로 다짐한다.
나는 말수가 적은 편이다. 그래서 말하는 것보다 주로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주위 사람들이 나만 보면 자기 얘기를 끊임없이 털어놓는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의 고민상담을 자주 해주곤 했다. 그러나 막상 내가 고민이 있을 때에는 동굴에 들어간다. 웬만해서는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동굴에 들어가 집요할 만큼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열 사람의 의견보다 좋은 책 한 권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길을 찾고 글을 쓰며 생각 정리를 한다. 이것이 나의 고민 해결 루틴이다.
유난히 살가운 오픈 마인드의 동료가 있다. 그것도 바로 옆자리라 더욱 많은 얘기를 듣게 된다. 나는 끊임없이 아이컨텍을 하며 경청을 한다. 때로는 질문도 던져가면서. 하지만 아무리 말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자기 얘기만 하면 재미가 없는 법. 그래서 동료의 얘기를 듣기만 하다가 가끔씩 나의 에피소드들도 털어놓게 되는데, 대화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얘기를 많이 털어놓게 되는 단점이 있다. 여기서 단점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사적인 얘기를 털어놓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회사 동료라면 더욱더.
믿고 털어놓은 사적인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아무렇지 않게 툭 털어놓는다면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누구를 탓하겠는가? 사람을 믿고 털어놓은 내 탓이지.
그래서 다른 사람 귀에 들어가도 크게 타격을 입지 않을 정도의 사적인 얘기만 털어놓는다.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하다면 이런 유형의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도 어쩌면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낯간지러운 내 얘기를 대신 전해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그러니 나에게 해가 될 만한 얘기 말고, 어쩌면 좋게 해석될 수도 있는 얘기만 골라서 하는 거다. 물론 해석은 듣는 사람의 자유이니 좋게 듣던 싫게 듣던 판단은 그 사람의 몫이고, 이미 내 입 밖을 떠나보냈으니 신경 끄면 된다.
지금까지는 사적인 영역을 항상 꽁꽁 싸매고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썼다면,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한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프리랜서가 되기 위해서는 나를 알리는 일이 병행되어야 한다. 프리랜서는 나 자체가 브랜드이기 때문에 고유의 특징이나 캐릭터의 색깔이 뚜렷할수록 상대방의 기억에 나를 남길 수 있다. 숨기는 것이 많은 사람에게 처음에는 호기심을 보일지라도, 그것이 지속된다면 신뢰가 쌓이지 않을뿐더러 흥미를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선을 넘지 않을 만큼의 솔직한 모습을 오픈하는 것은 신뢰감과 친밀도를 높이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유명한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은 늘 악플과 함께한다. 오죽하면 인기와 악플은 비례한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만큼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 그리고 미움받을 용기가 있다면 보다 당당하게 내 모습을 오픈할 수 있다. 나를 드러내는 것이 다소 불편하고 수줍지만,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세상은 갈수록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어렵지만 꾸준히 연습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말을 줄이되 꼭 필요한 말만 하는 것. 그리고 꼭 필요한 말만 하되, 나를 알리는 일에 마음을 열 것. 이처럼 프리랜서의 자질을 갖추기 위한 꾸준한 연습을 오늘도 이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