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엉망진창 연휴였다.
계획이 거창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쉼 없이 오가다가끝났다.
원래는 금요일 퇴근 후 처가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래저래 딸과 대화하다가 시간이 지체되고, 도저히 4시간이 넘는 심야 운전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토요일 아침에 출발했고, 저녁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연휴의 하루를 길 위에서 보낸 셈이었다.
일요일은 그런대로 보내고, 월요일에는 다시 서울로 출발했다. 중간에 이것저것 설날에 먹을 음식도 사고, 휴게소도 들렀다. 집에 도착해서는 간단히 짐만 챙겨 아버지가 계신 인천으로 바로 가려 했지만, 결국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갔다. 아침을 먹고, 잠깐 드라이브 겸 점심을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이었다. 연휴가 끝나버린 것이다.
이번 연휴는 오고 간 기억뿐이지만, 그럼에도 어느새 부모님을 챙기고 자녀를 돌봐야 하는 본격적인 시기임을 실감했다. 계속 훌쩍이며 감기에 걸린 딸들. 특히 둘째는 이른 사춘기에 접어든 건지, 왠지 모를 비밀이 생긴 느낌이다.
작년 추석보다는 나아지셨지만 회복하시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는 장인어른, 그 곁을 지키는 장모님. 그리고 아버지도, 지금 같은 속도로 시간이 흐른다면 팔순이 코앞이다.
연로하신 부모님도 챙겨야 하고, 예민해진 딸들과도 너무 멀어지지 않게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런데 회사 일도, 지금 내가 벌여놓은 일들도 시간이 한참 든다.
연휴라는 시간은 가족들과 이런저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오늘 오후는 묵혀둔 짐을 정리하고, 큰 가구를 버리고, 베란다를 청소하며 보냈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다시 치열한 회사 업무와 사람들과의 관계 속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또 자정을 맞았다. 모두가 쉬는 연휴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