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한 회사에서 처음으로 광고주 수주 소식을 접했다.
신규 광고주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은 ‘졌잘싸’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그저 1등만이 살아남는 게임. 절반의 성공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올해 전체로 범위를 넓혀보면, 3전 2승 1패. 이전 두 번은 기획팀 소속으로 직접 프레젠터 역할까지 도맡았다면, 이번에는 미디어팀 소속으로 캠페인 목표에 맞춘 매체 전략과 광고 운영안을 작성했다. 직접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나의 역할도 일부 포함된 셈이다.
프레젠테이션은 나에게 강점이 있는 파트다. 오랜 강의 경험, 수많은 무대에서의 공연 경험 덕분인지, 현장 분위기를 읽고 흐름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는 익숙한 거 같다. 그렇다고 즉흥적으로 할 수는 없다. 밤샘과 노력이 담긴 모두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실수 없이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스크립트를 꼼꼼히 짠다. 유연하게 발표하되, 실수는 안된다.
실제 발표를 하지 않고 제안 현장에서 서포트만 했던 날도 있었다. 노트북을 연결하고, 스피커를 세팅하고, 포인터가 나오는지 최종 확인까지.
처음 그 자리에 갔을 때는 혹시라도 제안서가 넘어가다가 이상이 생기진 않을까, 건전지가 닳아서 포인터가 안 되면 어쩌나 걱정어린 두근거림이 아직도 생생하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일이 나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서, 더 긴장이 됐던 것 같다. 여러 팀이 함께 밤낮없이 준비한 결과물. 나는 그 흐름을 망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이렇게 경쟁을 뚫고 광고주와 일하게 되면, 실행 단계에서 또 다른 스토리가 펼쳐진다. 요청은 쏟아지고 일정은 빠듯하지만, 적어도 앞으로 1년은 ‘일’을 하게 되었다는 안도감이 있다. 요즘처럼 경기가 없고 경쟁이 치열한 시기에는, 신규 광고주 한 명 한 명이 정말 귀하다. 내 역할이 담긴 결과물이 수주라는 이름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보람 있다.
광고회사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해피엔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