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가사는 뭘까. 좋은 멜로디는 또 뭘까.
이건 사실, 취향의 문제 아닐까 싶다. 시대에 따라, 유행에 따라 사람들에게 더 와닿는 가사나 멜로디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엔 듣는 사람의 취향과 경험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니까. 가끔 누군가가 곡에 대한 피드백을 부탁할 때가 있는데 난 가사나 멜로디에 대해서 언급을 조심스러워하는 편이다.
하지만 ‘보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좋은 가사라고 불릴 수 있는 조건들이 있긴 하다. 또 ‘마케팅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떤 언어들이 더 전달력 있게 다가올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도 있고. 작사 경력이 오래된 분들과 처음 시작한 분들의 차이는 단순히 표현력이나 단어 선택이 아니라 그 가사가 “불릴 글”이라는 전제를 갖고 있는지 아닌지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글은 눈으로 읽히지만, 가사는 귀로 들린다. 보컬이 노래로 표현했을 때 그 감정이 더 잘 살아나는 가사가 있고, 그렇지 않은 가사는 듣는 순간 어딘가 어색하거나 전달이 흐려진다. 특히 고음에서 어떤 단어는 발음이 뭉개지고, 어떤 단어는 확실하게 꽂히는 경우가 있다. 이건 직접 불러본 사람은 알게 된다. 그래서 가사를 쓸 때 보컬의 호흡, 발음, 감정선까지 고려해서 쓰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그게 결국 ‘노래로서의 가사’를 만드는 감각이 아닐까 싶다.
요즘은 음악이 무대나 영상 콘텐츠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사도 단순히 텍스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불릴지’, ‘어떻게 보일지’를 염두에 두고 열려 있는 구조로 쓰는 게 더 좋은 경우가 많다. 곡의 여백, 해석의 가능성 같은 것들을 남겨두는 거다. 그래야 무대든 의상이든 영상이든 확장될 여지가 생기고, 곡을 활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더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리고 작업 방식에 따라 가사의 쓰임도 달라진다.
가사를 먼저 쓰고 거기에 멜로디를 붙이는 방식이라면 가사에 따라 멜로디를 조정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이미 멜로디가 나와 있는 곡에 가사를 붙이는 작업이라면 음절 수나 리듬, 강세를 무시할 수 없다. 작사가가 멜로디를 고려하지 않고 가사를 보내주면 막상 붙여보려고 할 때 단어가 리듬에 안 맞아서 억지로 한 음절을 늘이거나 줄이게 되기도 한다. 그럼 작업이 번거로워지고, 곡이 어색해질 수도 있다.
또한 작사가가 그 곡을 직접 들어보고 가볍게라도 흥얼거리면서 “이런 느낌이에요”라고 말해주면 훨씬 좋다. 꼭 가이드를 부르지 않아도, “멜로디를 들으며 쓴 가사”라는 건 들으면 티가 난다. 작사도 결국 음악적인 이해가 필요한 작업이라는 뜻이다.
문학적으로 예쁜 문장도, 멜로디와 어울리지 않으면 그냥 ‘글’ 일뿐이다. 노랫말이 되려면, 음악 안에서 자연스럽게 살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작사를 하는 사람도 음악적인 감각을 계속 확장해 가는 게 중요하다.
나도 곡을 만들고 가사를 받을 때 생각한 방향대로 나오면 좋긴 한데 대부분은 쉅지가 않다. 하지만 가끔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가사가 붙었을 때 새로운 감성이 만들어질 때도 있다. 내가 쓰지 않는 표현인데, 그 감성이 너무 좋을 때. 그럴 땐 진짜 짜릿하다.
요즘은 AI로도 가사를 쓸 수 있다. 내가 해봤을 때도 꽤 그럴듯한 표현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하지만 AI는 아직 보컬의 발성이나 감정선을 염두에 두고 가사를 쓰진 못한다. 결국 그건 사람이, 그것도 노래를 염두에 둔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오늘도, 누군가의 목소리로 불릴 수 있는 가사를, 멜로디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문장을 천천히 써 내려가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