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불안의 감정은 있을 것이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나는 한동안 불안이 후천적인 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린 시절의 외로움, 그리고 삶의 과정 속에서 얻은 상처와 자책의 시간들로 지금의 불안으로 이어졌다고 여겼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불안의 이유를 후천적인 경험으로만 돌리면 한도 끝도 없다. 불안이란, 사건의 중요도나 빈도수에 따라 일정 마일리지가 쌓이듯 늘어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키워보니 삶의 경험만으로 성격이나 성향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느낀다. 어느 정도는 타고난 기질이 있고,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도 있겠지. 그래서 지금의 나를 만든 불안을 단순히 살아온 삶의 어려움에서만 비롯되었다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불안에는 타고난 기질이 있고, 그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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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반대말은 설렘일까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불안의 반대말은 설렘일까?
무슨 일이 생길까 염려하는 것이 불안이라면, 무슨 일이 생길까 기대하는 마음은 설렘일 것이다. 불안의 감정이 싫은 만큼 설렘이라는 감정을 더 바라고 원했던 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어떤 사람은 “설레서 불안하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는 아직 불안의 반대말은 설렘이고, 두 감정은 공존하지 않는 듯하다. 하루하루가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불안이든 설렘이든 막상 현실에 다가오는 경우는 적다. 대부분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시뮬레이션 속에서 감정은 만들어지는 거 같다.
예상하지 못하게 찾아오는 기회가 찾아온 경험이 있다. 그 순간 찾아온 강렬한 설렘은 어쩌면 짜릿한 도파민 같다고 할 수 있다. 아쉽지만 그 감정은 까먹어도 무방할 만큼 일상 속에 찾기 힘들다.
오늘의 나는 그저 불안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괜히 이렇게만 얘기하면 설렘이 절대 찾아오지 않을까 봐 오늘의 나는 설렘으로 가득 차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