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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홍구 Jun 14. 2018

#Fenway park

꿈의 구장

이번 여행의 계기이자 목적이었던 곳. 꿈의 구장, 펜웨이파크를 밟았다. 레드삭스의 소울이 충만한 곳.

176불짜리 좌석 ㅠ. 경기장을 찾은 이틀 모두 레드삭스가 승리했다.

누군가 나에게 펜웨이파크를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 묻는다면 '츤데레'라 말하겠다.


기대가 커서였을까. 불편함도 많았다. 첫날 자리였던 그랜드스탠드 좌석은 기대감을 달래기엔 모자랐다. 아마 기존 구장에 좌석 수를 늘리면서 증축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리글리필드에서도 비슷한 구조였다) 우리로 치면 안방 응원석 정도 될 이 좌석에선 제대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 전광판을 볼 수 없었고 그마저도 곳곳의 기둥에 가렸다.

그랜드스탠드 좌석은 이런 느낌. 그나마 그린몬스터가 보이는데 위안삼았다.


좌석 종류를 굉장히 세분화하면서 입장조차 불가능한 구역이 많았다. 실제로 그린몬스터 구역은 밟지도 못했다. 물론 통제하지 않았다간 x나x나 죄다 올라가 보긴 하겠지만. 통상 MLB 구장에 갈 때 즐겨 앉는 포수 뒤 최상단 좌석도 박스로 묶여 입장이 불가능했다.  

이렇게 먼 발치에서나마......그렇다고 400불을 주고 이 자리에 앉을바에야.

전광판도 전통 있는 구장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였을까. 녹색 담장 효과를 내면서 타순/수비 포지션 등의 정보를 볼 수 없었다. 여러 면에서 예기치 못한 불편함을 겪었다.


하.

지.

만...


첫 날 경기 뒤 찍은 사진. 왜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볼파크인지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펜웨이파크의 매력은 충분했다. 시티필드에서 느꼈던 느낌과는 정반대였다. 레드삭스에 미친 이들의 열정이 느껴졌다. 경기 시작 전 1시간 반. 입장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펜웨이파크 주변은 축제였다. 8회 초 상대의 공격이 끝난 뒤 sweet caroline이 나오자 야구장이 들썩였다. 첫날 경기 도중에는 한 관중이 경기장에 난입했는데 모두가 열광했다.  경기 후반 수시로 파도타기 응원도 이어졌다.

테드 윌리엄스의 홈런볼이 떨어졌는 좌석. 약 502피트(153m)를 날았고 한다.

'레드삭스의 야구에서 절대 눈을 떼지마'라고 말하는 듯. 각종 식음료 매장 외에도 화장실로 가는 길목길목마다 TV를 설치해놓은 것도 눈에 띄었다. 물론 야구를 잘하니 신이 나겠지.(둘째 날 내 판타지 스타 J.D 마르티네즈가 내 눈 앞에서 2점 홈런을 쳤다. 주자 또한 판타지 팀원인 잰더 보가츠였으니 꿩 먹고 알 먹고)

MLB 구장서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피넛 판매원. 손을 들면 땅콩 봉지를 던져서 전달하는데 제구가 좋다. 사람들이 땅콩 껍질을 죄다 바닥에 버려서 바닥에 가방을 놓을 수 없었다.

그저 무엇보다 펜웨이파크에 앉아있다는 사실만으로 감개무량했다. 때론 길게 느껴지기도 했던 9회가 이날은 어찌나 빨리 가던지. 이틀 다 무키 베츠가 출전하지 않은 건 아쉬움으로 남지만. 언젠가 또 갈 일이 있겠지.

 

펜웨이파크에서 찍은 영화들


팀스토어(구단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의 규모도 압도적이었다. 리글리필드와 펜웨이파크 같은 연식이 오래된 구장들은 다른 구장과 달리 구장 밖에 팀 스토어가 마련돼 있다. 기존 제품들 외에도 언더아머, 나이키 등에서 제작한 구단 티셔츠 등도 판매하는 등 종류 면에서 타 구단을 압도했다. 구장을 갈 때마다 선수 이름이 프린트 된 티셔츠 하나와 공 2개를 사는 나도 이번만큼은 티셔츠 2벌에 공 3개를 구매했다. 지인 선물도 따로 마련했다.

인기의 척도가 되는 선수 티셔츠 판매. 페드로이아, 마르티네즈, 세일의 판매량이 많았다. 나는 판타지 1선발 세일과 무키 베츠를 택했다. 2XL부터 동나는 미국 만세.

팀 스토어 내 클럽하우스에서 경기 시작 전 약 30분~1시간 여 전까지 선수 1명이 나와 팬들과 사진 촬영을 해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나도 초면 헥터 벨라즈케즈와 한 컷) 팬들을 향한 마음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단언컨대 세계 최고의 구장이라고 말하고 싶은 곳이었다.


버킷리스트 하나를 지우기에 충분한 순간이었다.


펜웨이파크, 부디 다시 만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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