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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Mar 18. 2019

취한 하루

쉬는 날의 일기 

내 친구의 뒷모습. 



2019.3. 15 


 아침에 친구에게 갑작스럽게 연락이 와 이태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사실 조금 귀찮기도 했는데 막상 할 일도 없고 그 친구가 먼저 이렇게 만나자고 하는 게 흔치 않았기에 조금 여유를 부린 뒤 나갈 준비를 했다.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세상 종말이 다가온듯한 색의 하늘에서 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3초 정도 고민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역으로 가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이태원에 도착해 친구와 만났고 네이버 지도로 곱창집을 검색해 추운 날씨에 덜덜 떨며 또 한참을 걸어 도착한 뒤 맛있게 곱창을 먹었다. 볶음밥까지 완벽하게. (아, 한 가지 말하자면 난 다이어트 중이다. 그래서 아침도 과일만 먹고 저녁까지 버텼다. 곱창을 먹기 위해! 이 얘기를 하니 친구는 비웃었지만.) 먹는 내내 친구의 고민 많은 연애 얘기를 들어주었고 2차로 진토닉을 마시며 또 연애 얘기를 들어주었고, 3차로 롱티를 마시며 또! 연애담을 들어주었다.  


 쓰레기네! 헤어져! 별로야! 수신 거부해! 하는 나의 대답들은 친구의 마음에 닿지 않았다. 싫다 어쩐다 해도 아직 많이 좋아하는구나. 


 주량이 그렇게 높지 않은 우리 둘은 비틀거리며 가게를 나왔고 친구는 오늘 하루 거의 같이 있는 듯했던 남자 친구를 불렀다. 나는 혼자 역으로 갔고 환승역에서 향기로운 델리만쥬 냄새에 이끌려 결국 구매를 한 뒤 집까지 동행했다. 


델리만쥬야 오늘은 네가 내 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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