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의 일기
2019.06.23
씁쓸하다는 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탔다. 평소처럼 덜컹거리고, 적당히 소란스러운 열차 안에 앉아 게임을 하기도 하고 창 밖에 나타난 공사장 풍경을 보기도 하며 가는데 어떤 사람이 종이뭉치를 잔뜩 들고 내가 앉아있는 칸으로 왔다. 곧 그 종이뭉치의 낱장은 내 허벅지 위에 놓여졌다.
[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저는 장애 1급 판정을 받고 … ]
앉아있던 모든 사람의 위로 종이가 얹어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이를 한 번 보고 다시 하던 일을 했다. 나는 그 종이를 읽고 에어컨에 날아가지 않게 꼭 잡으며 휘청이며 종이를 다시 수거하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이상했다. 빈자리에 놓여 있다가 에어컨 바람에 휘날려 사람들의 발치로 떨어지는 그 종이를 보고 씁쓸하다고 느꼈다. 쓴 약을 먹었을 때 보다 더 씁쓸하다는 그 표현이 내게 와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