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의 일기
2019.07.10
한강
친구가 일하는 동네에 갔다가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모양인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아 젖은 우산을 한켠에 세워두고,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버스 좌석에 앉아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틀었다. 아무 생각 없이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한강이 나왔다. 집의 위치 상 버스를 타면 항상 한강을 건넜는데 건널 때마다 알 수 없는 아련한 기분이 잔뜩 차올라 느닷없이 인생에 대한 생각을 하곤 한다. 버스를 타고 한강을 건너기 시작했던 고등학생 무렵부터 시작된 버릇이었다. 고등학생 때는 앞으로 내 미래에 대한 고민을 했었고, 대학을 다닐 때에는 당장 오늘 과제 어떡하지부터 먼 졸업까지 생각을 했었다. 오늘은 먼 미래보다는 오늘 하루를 돌아봤다.
오전에 화가 나고 답답한 일이 있어서 사실 기분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는데, 한강을 바라보며 그 생각을 곱씹다 보니 비가 내리는 한강 속으로 안 좋은 감정을 하나씩 던지는 기분이 들었다. 집에 도착하면 언니에게 ‘나 오늘 이런 일이 있어서 화가 났어!’ 하고 말하려 했는데 과묵한 한강에게 던지고 나니 굳이 언니에게 말할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
버스 타면 이런 게 좋다.
괜히 감성적으로 변해 하루, 어쩌면 더 많은 날들을 되돌아보고, 다시금 나의 행동과 말에 대해 생각해보는 나 혼자만의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