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의 일기
2018. 09. 17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일단 나는 벌을 매우 무서워한다. 이런 세상에선 살고 싶지 않아! 하면서도 벌에 쏘이면 죽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기라도 한 건지 벌이 매우 매우 무섭다. 어쨌든 평화롭던 오늘 아침에 밀린 집안일을 마치고 (부모님이 여행 가신 데다가 백수이기 때문에 내가 다 해야 한다.) 홀가분한 마음가짐으로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려 내려갔는데 쓰레기를 버리는 통에 벌이 네 마리나 붙어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뚜껑 위에 음식물쓰레기를 올려두고 10분여간을 다른 곳에 피해 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언니에게 전화를 해서 어찌해야 하나 진지하게 토로했는데 돌아오는 건 비웃음뿐이었고 그로부터 더 시간이 지나자 어떤 할머님이 내려와 '나는 벌 따위 무섭지 않아.' 하는 표정으로 음식물을 버리고 가버리셨다. 주위에서 벌이 왕왕 소리를 내는데도 평정심을 유지하시는 모습에 저런 게 바로 연륜인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나도 도전했다. 뚜껑을 열고 호들갑을 떨면서 버리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봉투까지 속으로 떨어뜨려서 집게를 가져와 봉투를 빼내고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달려왔다. 벌들은 날 더 무서워했을지도 모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