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가 남긴 것들
이탁 감독
이 영화 속 처절한 애도의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은 모두 흙으로 돌아가게 되어있다.”는 흔한 말이 전에 없던 무거움으로 다가온다. 내가 돌아갈 땅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할까? 천정부지로 오르는 땅값은 그 숫자를 체감하는데 실패한 지 오래다. 땅은 삶의 터전이 아닌 돈이 되는 상품으로 변모했다. 따라서 현대의 불모지란 식물이 자라지 않는 메마른 땅이 아니라, 돈 나올 구석이 보이지 않은 땅이다. 재개발은 그 불모지의 한 줄기 빛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깊은 의문이 생긴다. 개발에 개발을 거듭하면, 땅에 매겨진 가격표가 단숨에 읽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지면, 그럼 인간은 그 땅으로, 그 흙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종이가 되어버린 땅이 아니라, 내가 돌아갈 땅을 가질 수 있을까. 그 땅은 우리를 살게 하는 걸까. 땅은 도대체 인간에게 무엇인 걸까.
손톱이 낀 흙이 영광스러운 노동의 상징이 아니라, 벗어나야 할 상황의 은유가 되어버린 시대에 땅은 우리가 딛고 있는 ‘곳’이 아니라 손에 잡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결국 흙으로 돌아가게 될 거란 오래된 결말이 무너지는 와중에 엔딩크레딧의 마지막 한 문장은 이 영화가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밝힌다. ‘나’나 ‘너’가 아닌 정확히 ‘우리’를 향하고 있다. 나도 이 글의 마지막을 같은 문장으로 끝맺고 싶다. 처절한 과정 끝에 기어코 사람을 흙으로 돌려보낸 두 사람에게 소리 없는 박수를 보내며.
“죽을 때까지 땅 한 뼘 가지지 못할, 우리의 노고를 기리며”
*제 22회 전주 국제 영화제 선정작입니다.
현재 온라인 상영 중으로 <wavve>에서 시청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