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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이다 Apr 30. 2022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면 내 삶도 안정적일 줄 알았어.

나만 이상한 거 아니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면
내 삶도 안정적일 줄 알았어


급여, 적성, 워라밸, 안정성 등 직업을 선택할 때 흔히 고려하는 요소들이 몇 가지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워라밸과 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겼고 결국 그것들을 보장받는 것처럼 보이는 국가직 9급 공무원이 되었다.

     

사실 나는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할 때부터 3개월을 넘겨 근무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하루 만에 그만둔 아르바이트도 많았다. 새로운 것을 좋아해서 이것저것 벌리지만 그만큼 금방 질리는 성향 탓인 것 같았다.


‘그래, 졸업 후 취업해서 진짜(?) 직장인이 되면 나도 꾸준히 근무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세 살 버릇은 여든, 아니 일단 서른까지는 가더라. 1년 반을 넘겨 근무한 곳 없이, 경력 하나 제대로 쌓은 것 없이, 나이로 달걀 한 판을 꽉 채우고 말았다.


차라리 여러 회사를 전전하더라도 한 분야로 쭉 가면 좋았으련만. 영어학원, 중소 소방업체, 대학 연구실, 마케팅 회사, 대학 도서관 등 여러 분야의 수 많은 회사들이 나를 거쳐갔고 그때마다 나는 아직 나에게 맞는 회사를 못 찾은 것뿐이라고 위로하며 또다시 이력서를 넣곤 했다.      


나이 탓인지 중구난방 식의 짧은 경력들로만 채워진 허접한 이력서 탓인지 점점 서류 합격률마저 떨어져 갈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고 운 좋게 합격하여 현재 근무 중이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여전히 방황 중이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는데 왜 내 삶은 아직도 안정적이지 않을까.


왜 나는 전에 다녔던 회사들처럼 지금 회사에 불만을 가지고 흠을 찾아내어 결국 면직을 꿈꾸고 있는 걸까.

왜 자꾸 다른 직업들에 눈이 가는 걸까.

공직이 내 적성이 안 맞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내가 이상한 건가.     


혹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남들이 보기엔 별로 걱정 없어 보이거나

어느 정도 그럴듯해 보이는 직장이지만 정작 본인은 관두고 싶어서 안달인 사람들.

근데 또 관두면 당장 뭘 해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일단은 그냥 다니고 보는 사람들.


그리고.. 결국 그렇게 나이 들어버리면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내 젊은 시절이 후회로만 가득찰까 두려운데..

내가 뭘 잘하는지, 심지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     


지인, 친구 심지어 가족마저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고..

배부른 소리 그만하라고 핀잔을 주지만,

나는 계속 흔들리는데 어떡하나요.


어른이어도 서른이 넘었어도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어도 여전히 흔들리고 방황하는 게 이상한 건가요?



그렇다면.. 나 혼자만 이상한 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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