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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이다 Sep 28. 2023

공무원이 철밥통이라고?

철이 얼마나 금방 녹스는데요.


공무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수식어는 아마 ‘철밥통’일 것이다. 그만큼 공무원이 뭘 해도 웬만하면 안 잘리는(사실 잘림)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근데 공직에 다녀보니(물론 이제 겨우 2년 차) 나는 공무원의 장점으로 안정성이 꼽히는 게 아무래도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잘 안 잘리는 것이 안정성이라면 스스로 잘리게 만드는 건? 그러니까 한 마디로 스스로 그만두게 만드는 것, 내가 널 못 자르니까 제 발로 걸어 나가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 직업이라면 그게 안정성이 높은 직업이라고만 단언할 수 있을까.     


최근 5년간 공무원의 면직자 수는 약 6,600명이고 그중에서도 근무한 지 1년도 안 돼서 그만두는 사람이 1,700명을 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심지어 면직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예전보다 공시 경쟁률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나 그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고 와서는 1년도 못 채우고 면직이라니. 면직 서류를 과감하게 날린 그 용기가 부럽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그래도 한 때 같이 나랏밥을 먹던 선후배 사이로서 ‘어디 갈 데는 있는 건가.’라는 걱정 아닌 걱정이 들기도 한다.

     

공직을 떠나는 이들이 면직 사유로 주로 꼽은 건 낡은 조직 문화, 업무 강도에 반비례하는 낮은 급여와 줄어드는 공무원 연금 등이었다.

나도 백번 공감한다. 게다가 나는 면직자의 증가로 인해 안정성마저도 공무원의 장점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제 이 직업을 뭘 보고 계속 다녀야 하나 싶을 때가 많아졌다.     


‘그럼 빨리 때려 쳐! 너 말고도 공무원 하겠다는 사람 많아.’


어디선가 볼멘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 좀 이기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이직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나랏밥을 먹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공짜로 먹지는 않을 것이니 너무 염려 마시라.

공무원에게는 담당자로서 주어진 업무가 있고 싫든 좋든 내 담당인 업무는 쳐 내야 하니..

밥값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오늘도 면직을 꿈꾸지만 당장 눈 앞에 쌓인 공문들을 처리하며 마음 속으로 아주 크게 외쳐본다.   

  

먼저 퇴사해서 자유를 만끽하고 계신 퇴사 선배님들, 기다려 주세요. 저도 언젠가는 꼭!

음.. 근데 언제일지는 정말 모르겠어요.


시기를 논하기 전에 일단 저 퇴사할 수는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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