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요, 스치기만 해도 아팠어요.
무릎이라도 까지면 세상 서럽게 울었죠.
어머니가 밴드를 붙여주셔야 울음을 그쳤는데,
무릎이 아니라 마음에 붙여달라고 그랬던 거예요.
어른이 돼서야 그걸 알았어요.
이제는 무릎이 까지진 않지만
여전히 쉽게 다치는 마음을 보면서요.
누가 발로 차지 않아도,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마음이 쓱 긁혀버리거든요.
그 상처는 참 오래가기도 해요.
아물 틈도 없이 다시 긁히고요.
긁힌 자리엔 흉터보다 민망함이,
상처보다 분노가 남아요.
'중꺾마'보다 '중긁마'가 더 절실할 때가 있어요.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보다,
긁히지 않는 마음이랄까.
우리 마음은 너무 잘 긁히는 재질이라서요.
지하철에서였어요.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시는 거예요.
그리고 또 한 번, ‘하아…’
힐끗 봤더니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하시더라고요.
그 순간, 제 마음도 움찔했어요.
‘아, 저 사람도 긁혔구나.’
마음에 난 스크래치가
말 대신 숨으로 새어 나온 거겠죠.
그날 이후, 나도 모르게 숨소리에 귀 기울이게 됐어요.
짧은 숨, 억눌린 숨, 참고 있는 숨.
그 숨들이 말해주는 건 하나였어요.
우리 모두, 긁히지 않은 척 버티고 있다는 것.
사실 저도 잘 긁히거든요.
별일 아닌데 상처받고, 괜히 억울하고, 쓸데없이 욱하고.
속에서 울분이라는 돌멩이가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느낌.
품고 있자니 답답하고,
꺼내자니 남까지 다치게 만들 것 같고요.
이럴 땐 심호흡을 해봐요.
긁힌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볼 틈을 주거든요.
이게 내 자존심 때문인지, 피로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컨디션 때문인지.
그저 마음을 바라볼 뿐인데,
상처는 서서히 아물어요.
봄 햇살에 눈 녹듯, 따뜻하게.
어젯밤이었어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다가
어릴 적 할머니 손이 떠올랐어요.
농사 때문에 주름지고 상처 많은 손이었지만
배를 토닥여 주시면 스르륵 잠들었거든요.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도 가져봐요.
할머니 손 같은 글.
투박하더라도 따뜻하게 토닥여주던 할머니처럼
마음을 다독이고 일으키는 글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