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재촉하지 않는 속도로

비교를 멈췄을 때, 마음이 돌아왔다

by 행부

무슨 바람이 분 건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갑자기 한 번 달려볼까? 했거든요.


마지막 기억은 10년 전 조기 축구.

그때 나는 제법 민첩하게 달렸고,

그 기억에 기댄 채 자신만만했어요.

‘동네 한 바퀴쯤이야, 그까이꺼~’ 하면서요.


출근용 6만 5천 원짜리 아식스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집을 나서자마자 전력 질주!


동네 반의 반 바퀴쯤 돌았을까요.

호흡은 헐떡이고, 발바닥은 욱신거리고,

속은 울렁거리고, 머리는 핑 돌았어요.

가로수 밑에 주저앉아 한참을 넋 놓고 있었죠.


그날 얻은 첫 번째 교훈.

“러닝할 땐 러닝화를 신자.”


그렇게 달리기는 아주 아찔하게 시작됐고,

처음 몇 달은 거의 전투였어요.

사자한테 쫓기는 가젤처럼

앱 속 숫자에 쫓기며

나와 경쟁했거든요.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더 멀리.

기록 하나에 희비가 갈렸고,

어느새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가더라고요.

달리고 나면 뿌듯하긴 한데

달리기가 싫어진 거예요. 너무…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킵초게도 아니고, 이봉주도 아닌데 왜 이러는 걸까?”


그날 이후로 속도를 낮췄어요.

딱 코로만 호흡할 수 있는 속도로.

음악도, 스톱워치도 껐고요.

슉하고 앞질러가는 사람들은 그냥 보내줬죠.


그러자 들리기 시작했어요.

풀벌레 소리,

발 구름 는 소리,

그리고 마음의 소리.

‘이대로 참 좋다.’


그렇게 달리며 내 페이스를 찾았어요.

누구보다 빠르게가 아니라,

나답게 계속 가는 법을요.


살다 보면 자꾸 누군가와 비교하게 되잖아요.

얼마나 벌었는지, 어디까지 갔는지.

숫자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내 페이스는 흔들리고요.


그럴 때면 떠올려요.

심장은 터질 듯 뛰고,

발바닥은 불타던 그날을.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 오늘의 나를.


어제 저녁에도 그랬어요.

땀에 흠뻑 젖은 채 달리다

시원한 터널을 지날 때

새처럼 팔을 벌려봤어요.

천천히,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속도로

겨드랑이로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돌아와서 나이키 런 어플을 켰어요.

누적 거리 2,000km.

5년 동안 서울에서 부산까지 두 번 오간 거리더라고요.

그 숫자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났어요.


기록을 쌓은 게 아니었니까요.

달릴 때마다 욕심을 덜어내고,

만족을 채워온 시간이었거든요.


달리기는 결국,

빨리 가는 법이 아니라

나답게 계속 가는 법을 알려줬어요.

남의 속도가 아닌,

내 호흡을 믿고 가는 법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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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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