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려면 그네를 타세요

by 행부

한번뿐인 인생!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팡팡 도파민 터지는, 짜릿한 삶.

그게 진짜 멋진 인생이라 여겼죠.


그러려면 더 비싸고 화려한 걸 갖고,

더 빠르고 넓은 차도 타고,

여기저기 여행도 다녀야 한다고 믿었어요.


그 반짝이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죠.

(우린 그렇게 배우며 자랐잖아요?)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그 말에 무릎을 치며

지금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 확신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노력이란 믹서기로 나를 갈아 넣었죠.


결과는?

기대가 거품처럼 퐁 터지고,

파산만 남았어요.


그제야 처음,

‘내가 진짜 원했던 인생은 이게 아닌데…’

그럼 도대체 뭘까? 하고

스스로 물어보게 됐어요.


혹시,

‘남들이 해봐야 좋다고 한 일’을

내가 해보고 싶은 것처럼 착각한 건 아니었을까.


친구의 여행 사진,

패션 잡지에 실린 명품들,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한 취미 리스트까지.


그 모든 것이 내 욕망을 가장한

타인의 환호였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7년이 흘렀어요.

이제야 조금씩, 어스름하게 답이 보여요.


인생을 채우는 건

대단한 경험이 아니라는 걸요.


그저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일,

하고 나서 뿌듯해지는 일,

나 자신에게 “잘했어.”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일.


그게 진짜 행복의 정체 아닐까 생각해요.


예전엔 하고 싶은 일이 참 단순했어요.

친구들이랑 공 차기,

산타 할아버지께 카드 쓰기,

동생이랑 식탁 밑에 이불로 비밀기지 짓기.


그땐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재밌어서 했던 거예요.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서

‘하고 싶은 일’엔 조건이 생겼어요.


프라이빗 풀빌라,

미슐랭급 저녁,

SNS에 올릴 만한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인데

이상하게 점점 하기 싫어지는 일.


슬프게도,

그건 더 이상 즐거움이 아니라 숙제였어요.


이쯤에서 깨달았죠.

나는 지금 시시포스처럼 살고 있다는 걸.


매일 노력의 돌을 굴리고,

겨우 정상에 오르면

기쁨은 잠깐,

금세 마음이 굴러떨어지는 거예요.


그럼 또 다른 ‘하고 싶은 일’ 봉우리를 향해

돌을 굴리는…


진짜 억울한 건요,

시시포스는 신이 형벌을 내렸지만

나는 스스로 형벌을 주고 있다는 거예요.


누구한테 하소연도 못 하고,

스스로 다그치고 몰아세운 거죠.


“이쯤은 해야지?”,

“남들은 다 하잖아!”

그런 목소리들로요.


하지만 형벌 같은 시간 덕분에

이제는 하루를 다르게 채워 보려 해요.


조금은 단순하고,

조금은 느긋하게요.


오늘도 아침엔 명상을 하고,

오전엔 글을 쓰고,

오후엔 책을 읽었어요.

저녁엔 동네를 한 바퀴 달릴 거고요.


달릴 때마다

차박차박 내 발구름 소리를 들으며

이런 생각을 해봐요.


매일 반복되는 하루지만, 매번 만족하는 하루.

사실 내가 살고 싶었던 인생은 이거였구나, 하고요.


어제는 동네 놀이터를 지나는데

꼬마가 그네를 타고 있었어요.


뭐가 그리 신나는지

꺄르르 웃으며 하늘을 향해 발을 뻗더라고요.


신나게 달리고 돌아와 보니

그네가 비어 있었어요.

슬쩍 타봤어요.

몇십 년이 지났지만

몸은 그네 타는 법을 기억하고 있었어요.


몸이 하늘로 붕 뜨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어요.


어릴 때 그네를 타며 짓던

그 웃음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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