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하루가 이상하게 새로워

by 행부

마음을 활짝 열어본 적 있으신가요?

사실 마음엔 열 수 있는 문이 없잖아요.

그럼에도 열어야 한다면,

저는 '새로움'이란 열쇠를 꺼내 봐요.


주말 아침이었어요.

평소처럼 삶은 계란 두 개, 아보카도 반 개를 먹는 중이었는데

좀 물리더라고요.


이렇게 먹은 지가 얼마나 됐더라?

가계부 어플을 뒤져보니 7개월째 매일 똑같이 먹고 있었어요.

와우. 물릴만했던 거예요.


그래서 어머니가 사다 주신 사과를 깎아봤어요.

과일은 도통 먹지 않지만 한번 시도해 봤죠.


오, 신선하더라고요?

덕분에 마음도 신선하게 하루를 시작했어요.

그저 아보카도를 사과로 바꿨을 뿐인데,

작은 새로움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게 해 준 거예요.

마음이 열린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죠.


그런 면에선 아이들이 부럽기도 해요.

새로운 걸 보면 바로 달려가잖아요.

길에서 벌레 한 마리만 발견해도 쭈그려 앉아 한참을 들여다보고,

처음 보는 꽃이 있으면 냄새를 맡아보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금세 어깨동무를 하고요.


그런데 나는 어느 순간부터 조심스러워졌어요.

새로움 앞에서 뒷짐 지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이 습관은 프론트맨처럼 조용히 일상을 조종하기도 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거의 자동으로 하루를 보내게 하거든요.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길로 출근하고,

같은 사람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해요.

SNS 알고리즘은 비슷한 영상, 사진, 글만 물어다 주고요.


그렇게 물 흐르듯 하루를 보내다가

일기를 쓸 때야 깨달아요.

"오늘 뭐 했지?” 하면 기억나는 게 별로 없는 현실을 마주하면서요.


익숙함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일 거예요.

실수할 위험을 줄이는 예측 가능한 일상으로요.

그렇게 편하고 안전한 느낌에 머물수록

인생은 흐르지 못하고 정체된다는 걸 잊은 채…


친구는 그러더라고요.

"나는 변화가 무서운데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해.

왜 굳이 변해야 할까?"


맞는 말이에요.

모든 것이 그대로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추억을 떠올려보면

대부분 변화의 순간들이었어요.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장소,

새로운 경험.


그 모든 새로움과 낯섦이

나를 설레게 했거든요.

그때 마음은 활짝 열려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새로움'을

자주 마음에 들여보려고 해요.

인생이 다시 흐르고,

마음이 말랑해질 수 있도록이요.


오늘은 어떤 낯선 경험을 시도해 볼까 하다가

버스기사님께 "감사합니다”라고 해보기로 했어요.

출근 버스에서는 차마 입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퇴근 버스에서는 마음을 굳게 먹고

말을 했는데…

너무 작게 말해버렸어요.


그런데 기사님이 “예~ 감사합니다” 해주시더라고요.

별거 아닌데, 기분이 좋았어요.

역시 새로움은 어렵지만 인생을 다시 흐르게 해요.

마음도 말랑하게 해 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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