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처럼 무심해질래요

by 행부

너무 좋아하면 애착과 집착이 되고

너무 싫어하면 분노와 저항이 돼요.


그래서 무심(無心)한 사람을 꿈꿔요.

좋고 싫음 판단을 내려놓고

그저 지금 여기 고요히 머물 수 있는 사람.


분별없이 보고 들을 수 있다면

마음은 고요한 호수 같을 거예요.

풍경을 왜곡 없이 비추는 잔잔한 호수.


"난 그 사람이 너무 좋아. 그 사람 없인 못 살 거야."

"난 팀장이 너무 싫어. 얼굴만 봐도 숨이 막혀.”

좋아하는 것엔 매달리고

싫어하는 건 밀어낼 때마다

우리 마음엔 격랑이 일어요.


그렇게 세상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마음으로 분별하며 받아들이죠.


하지만 원래 이랬던 건 아니잖아요?


"엄마아, 이게 뭐야아? 왜애~”

좋고 나쁨 없이 천진하게 묻던 우리.

순수하게 세상을 경험하고 받아들이던 우리.

어른이 되면서 뭔가 복잡해졌어요.

좋은 건 쫓고, 싫은 건 피하려다 보니 그런 건 아닐까요?


아이처럼 맑고 투명한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우리 마음도 다시 고요해질 거예요.

어디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요.


어느 날, 사고로 죽은 아빠의 무덤을

다섯 살 아이와 아내가 찾아왔어요.

눈 내리는 겨울날이었어요.

아이는 무덤을 보며 물었죠.

"여기 아빠가 있는 거야?”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어요.

"그래, 여기 계신 거야. 아빠한테 인사하자."

그러자 아이는 자기 옷을 벗어 무덤 위에 덮어주며 말했어요.

"아빠 추우니까 이거 덮어."

그 모습을 본 엄마의 어깨가 가늘게 흔들렸어요.


온통 나쁜 기사와 콘텐츠가 가득한 걸 보면서 다시 기억해 봐요.

'우리는 서로를 덮어주는 따뜻한 마음으로 태어났다'는 걸요.


그런 마음을 되찾는다면,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를 품어준다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어떨까.


폰을 내려놓고 벤치에 앉아 무심(無心)히 바라봐요.

책가방을 메고 왁자지껄 웃으며 달리는 아이들 사이 어딘가.

어린 나의 모습을 찾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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