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왜 저래! 운전을 저렇게밖에 못 해!?”
옆차가 깜빡이도 안 켜고 휙 끼어들더라고요.
그 순간,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등장했어요. 헐크처럼.
운전대만 잡으면 왜 이렇게 욱하는지...
이럴 땐 나도 나를 모르겠더라고요.
차 안은 닫힌 공간이잖아요?
그래서 혹시 마음도 닫혀서 더 쉽게 폭발하나 의심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게 있어요.
동물농장에서 봤던 사납고 귀여운 포메라이언이요.
쪼꼬만 녀석이 얼마나 사납던지. 지나가는 개만 봐도 왈왈, 엘리베이터만 열려도 왈왈.
아주 당찬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사실 이 친구는 겁이 많아요. 그래서 이렇게 짖는 거예요."
훈련사가 한 그 말에, 내가 뜨끔했죠.
'지면 안 돼. 무시당하면 안 돼. 자존심을 지켜야 돼.'
사실 저는 틀리는 게 무서웠거든요.
누가 내 말에 흠을 잡으면,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부터 튀어나왔죠.
내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해야만 했어요.
틀림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던 거예요.
하지만 어디 그런 사람이 세상에 있나요?
맞는 말만 하는 사람도, 실수 없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문제는 틀리는 게 아니라 그걸 못 견디는 마음인 것을.
그럼 마음을 가리려고만 했던 거예요.
버럭 화를 내면서요.
어느 날은 서점에 들렀는데 바로 눈에 띄는 책이 있었어요.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제목을 보는 순간, 손이 자동으로 가더라고요.
마치 내 고집을 조용히 끌어안아 주는 것 같았거든요.
'나도 틀릴 수 있어. 틀린 말을 했다고 틀린 사람은 아니야.'
책을 읽으면서 단단했던 마음이 조금씩 말랑해지는 걸 느꼈어요.
내가 나를 용서하기 시작했달까.
그때부터였을 거예요.
누가 내 말에 반박해도, 한 박자 쉬고 말하려고 애쓰게 된 게.
“그럴 수도 있겠네.”라는 말을 하기 시작한 게.
며칠 전엔 어머니를 모시고 운전 중이었어요.
어떤 차가 세 차선을 막 바꿔서 우리 앞으로 끼어들더라고요.
화내시는 어머니께 나는 태평하게 말했죠.
"뭔가 급한 일이 있나 본데요?"
놀랍더라고요.
물론 완벽하진 않아요.
여전히 감정이 솟구칠 때도 많지만 그럴 땐 그냥 인정해요.
‘아직도 내가 무서울 때가 많구나.’
집에 도착해 아파트 입구를 들어서는데,
나가고 있던 어떤 꼬마와 눈이 마주쳤어요.
"안녕하세요?"
처음 보는 꼬마가 인사를 하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안녕하세요~" 답해줬어요.
꼬마는 킥보드를 타고 지나가며 손까지 흔들었고,
나는 이유 없이 기분이 밝아졌어요.
햇살처럼, 아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