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by 행부

하느님은 안 믿어도, 돈신(伸)은 믿었어요.

“부자가 되면 다 해결된다”는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죠.


부자가 된 사람들 책을 끼고 살면서

말과 행동, 루틴을 따라 하려 애썼어요.

마치 예수 말씀을 따르는 기독교 신자처럼요.


그러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걸 알게 됐고,

제법 돈을 끌어당길 수 있었어요.

통장에 숫자가 늘고, 마음도 살짝 부풀었죠.


그때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하루에 백 통씩 빚 독촉 전화가 오던 시절,

누군가의 경험담 하나가 저를 붙잡아줬거든요.

“나도 언젠가 저렇게 힘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

그 언젠가가 드디어 온 것 같았어요.

그래서 썼어요. 그게 4년 전이에요.


의외로 반응은 핫했어요.

자신감이 생기면서 이런저런 돈 이야기, 성공 이야기, 루틴 이야기를 계속 썼죠.


근데요,

어느 순간 글을 쓰고 나면 마음이 살짝 불편한 거예요.

왜 그런지 몰랐는데, 그 기사를 보고는 알 것 같았어요.


“39분마다, 1명씩 자살”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어요. 남의 일 같지 않았거든요.

빚 독촉에 시달리며 한강다리를 올랐던 날들이 떠올랐어요.


우리나라는 기적처럼 성장했잖아요?

근데 그 기적이 만든 그림자도 깊었어요.

반짝이는 불빛 뒤로 길게 늘어선 그림자처럼요.

출산율 세계 최저, 자살률 세계 최고.

‘이거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싶었죠.


그동안 내가 쓴 글들도 떠올랐어요.

“내가 통념을 더 굳힌 건 아닐까?”

돈, 집, 차. 그게 인생의 의미라고,

주장했던 건 아닐까…


죄책감이 들었어요.

“삶은 성공해야만 가치 있다”는 말.

그 말에 저도 기름을 부은 것 같아서요.

그걸 이루지 못한 사람들에게,

실패자라는 낙인을 은근히 찍은 것 같기도 했고요.


인구가 5천만이라면,

삶의 의미도 5천만 가지여야 하잖아요.

버스마다 다른 행선지가 있듯,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살아야 하는데.

몇 가지 성공 공식을 들이밀고

그걸 못 이룬 사람을 낙오자 취급하다니.


그때부터 글의 방향을 바꿨어요.

더 깊은 안으로 향했죠.

끌어당김보다 더 강력한 건,

끌어올림이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내 안 깊은 곳에서 끌어올리는 삶의 의미요.


하지만 슬프게도 세상은 더 거칠어졌어요.

자살률은 더 높아졌고,

이젠 10대부터 40대까지,

가장 큰 사망 원인이 ‘자살’이라는 뉴스를 어제 봤어요.

무력하다는 생각이 스쳤어요. 내가 글을 쓴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럴 땐, 비상약이 있어요.

초창기 내 글을 읽고 “용기가 났어요”, “마음이 편안해져요”라고 해주셨던 분들 떠올리기요.

덕분에 이번에도 다시 글을 쓸 수 있었어요.


돈신을 믿던 나는 이제, 내 안의 작고 조용한 목소리를 믿어요.

그 목소리는, “누구든 존재 자체로 의미 있다”고 말해줘요.

“거창하지 않아도 이미 괜찮다”고요.


어제는 비가 오더니 오늘은 창밖에 가을이 와 있어요.

가을을 반기며 주문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호로록. 옅게 떠오른 김에 안경이 뿌얘져요.

잠시 눈을 감아요. 다시 안경이 환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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