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이었어요.
무언가 더 얻고, 이루고, 성취하려고 나를 몰아붙이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난간에 매달려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해요.
아무도 나를 거기 올려놓은 적 없는데,
내가 내 발로 나가 베란다 난간을 붙잡고 있는 셈이죠.
그리고는 혼자 중얼거려요.
“여기서 떨어지면 끝장이야.”
이를 악물고 버티는 거예요.
돈을 더 벌어야 한다고,
가족에게 더 잘해야 한다고,
좋은 친구, 좋은 동료가 돼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세워요.
제 발로는 떠나지 않을 걱정거리들을
말로만 훠이훠이 쫓아내는 척 하면서
사실은 꽉 붙들고 있는 거죠.
그 마음은 증기기관 같아서
불안, 걱정, 푸념이라는 연료를 쉼 없이 태우며 RPM을 올려요.
그걸 멈추려면 연료통을 비워야 해요.
텅 빈 하루로.
아무 문제와도 씨름하지 않고,
아무 해결책도 찾지 않는 하루.
몇 시간 동안 목적 없이 어슬렁거리거나,
공원 벤치에 앉아 개미들의 작은 세상과
나무 우듬지를 바라보는 하루.
일상에서 잠깐 물러선다고 해서
무책임해지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더 말랑하게,
또 단단하게 돌아올 수 있는 준비가 되거든요.
이상하게도 하루를 비우고 돌아오면 늘 놀라요.
달아나고 싶던 문제들은
내가 없는 사이 스스로 자리를 바꾸고,
누군가에게 섭섭했던 마음은
한낮 햇볕에 눈 녹듯 스르르 사라져 있고,
복잡했던 혼란이 묘하게 정리되어 있어요.
이번 추석 연휴 하루쯤은
난간에서 내려와 목적지 없이 걸을 거예요.
그러다 공원 벤치에 앉아
한참 하늘만 바라보기도 하고,
눈을 감고 새소리에 귀 기울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시끄럽던 마음을 하루 동안 비우고,
다시 내일의 일상으로 돌아올 거예요.
흙먼지를 털고 돌아온 신발처럼,
가볍고 말끔하게.
PS. 이것으로 마치며..
"일단 쓰자!"
라는 목표로 일단 썼던 글이 어느덧 30편이 되었습니다.
거미줄도 모으면 밧줄이 된다고 했던가요?
그런데 저는 거미줄 같은 글 30편을 모았더니 여전히 거미줄이네요...
그래서 곧 돌아오겠습니다.
더 단단한 거미줄의 글로.
첫 작품을 마무리할 수 있게 읽어주신 독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