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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 Oct 22. 2021

시간에도 향기가 있어

 인생의 여정이 공감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엇을 하며 놀고 싶을까? 내 마음 속에 놀고 싶어 하는 아이를 흔들어 깨워보자


 나에겐 1년 동안 멈춤의 시간이 있었다. 그 멈춤은 단조롭게 반복되는 일상을 멈추는 시간이었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공부를 한 시기였다. 시간은 무색무취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에도 향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퇴근 후에 TV를 보는 대신 책을 펼쳤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도서관을 함께 갔다. 매주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면서 자신과 가족에게 가까워졌다. ‘내 마음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눈’이 내가 아닌 아이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했고, 아빠가 된 내가 나의 아버지를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초라하고, 적잖은 시련을 겪고 있을 때 삶이 내게 준 선물은 나의 아내였다. 아내가 물결친 밑줄을 따라가다 내 마음에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행간 사이를 지나가는 밑줄은 아내가 걸어온 길. 그 길을 따라 나는 시간의 나그네가 되어 이야기 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굽어진 길에서 만난 주인공. 그에게 물음을 던지고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 속의 지혜와 깨달음을 마음에 담아,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이야기를 썼다. 그리하여 일직선이 되어 흘러가던 일상의 시간이 아름다운 그림이 되었다.


 여기에 나와 가족, 그리고 자연과 공감 놀이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당신도 시간의 향기를 느끼며 삶의 소중한 그림을 하나씩 그려 나가길 소망한다.


 첫 번째는 아이와 공감하는 방법이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 얼마나 놀랍고 신기한지 알 수 있다. 먼저 함께 놀러 나온 아이에게 디지털카메라를 맡긴다. 고가의 카메라보다 부서져도 부담되지 않는 낡은 카메라가 있다면 마음 편하다. 아이에게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오면 셔터를 눌러보라고 말한다. 그러면 아이는 주변의 풍경, 지나가는 개와 고양이, 길가에 핀 꽃, 자신의 얼굴, 나의 뒷모습 등 수많은 장면을 찍는다.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디지털 사진관에 들러 아이와 함께 선택해서 현상한다. 이상하게 나온 사진일수록 더 좋다. 아이는 자신이 찍은 사진이 현상되어 나오는 것 자체로 재미있고 신기해한다.


 집에 와서 큰 도화지를 펼쳐 놓고 아이와 함께 현상한 사진을 붙인다. 그다음에 붙여 놓은 사진을 보면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이야기라도 상관없다. 사진을 찍었을 때의 느낌이나 사진 속의 동물이나 꽃에 대한 감정 등 아이의 이야기를 사진 아래에 글로 적어본다. 엉뚱한 생각들이 연결되어 이야기가 된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아이의 눈으로 경험하거나 내면의 잠자고 있던 어린 시절의 나를 깨우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여행을 하면서 공감 놀이하는 방법이다. 장소는 사람들이 떠난 조용한 바닷가에서다. 깜깜한 저녁이면 효과는 더 좋다. 작은 텐트를 치고 아이와 함께 앉아 후레쉬를 켠다. 후레쉬를 비쳐 보며 주변의 소리를 듣는다.


 잠시 뒤에 후레쉬 불빛을 끄고 눈을 감는다. 조용히 바깥소리에 집중한다. 조금 전까지 하나의 파도 소리가 다양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며 내는 소리, 파도가 모래와 조개껍데기를 쓸고 가는 소리, 파도가 허공에 부딪히는 아주 작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눈으로 보면 단조롭던 소리가 마음으로 들으면 주변과 더 깊이 공감하면서 오케스트라 연주가 된다. 공감을 넘어 자연과 공명하는 순간이다.

이제 천천히 눈을 떠본다. 조금 전까지 후레쉬 불빛이 없으면 볼 수 없었던 주변들이 환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일어나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 아마도 수많은 별들이 쏟아질 것 같은 장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자연과 공감하는 방법이다. 산책을 하거나 산에 올라갈 때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땅속에 깊이 뿌리 내린 나무와 교감을 나눈다. 나뭇가지를 손으로 붙잡고 잠시 눈을 감으면 손끝으로 나무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차갑지만, 천천히 온기가 느껴지고 나무 속에 흐르는 생명이 전해진다. 나와 나무가 하나로 연결된 순간이다. 나뭇가지는 안테나 되어 내 마음을 멀리까지 전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문득 기도하고 싶을 때나 살아있는 기적을 느끼고 싶을 때 나는 나뭇가지를 만지며 숨결을 느낀다.


 세 가지 공감 놀이를 하면서 해야할 일이나 만날 사람을 생각한다면 놀이가 될 수 없다. 놀이는 일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을 위해서 휴식을 주는 것이며, 누군가와 함께 라면 상대에게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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