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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Oct 26. 2016

[리앤] 갑작스런 개헌 제의

[행간읽기] 2016. 10. 26. by 리앤




“갑작스런 개헌 제의” by 리앤

1. 이슈 들어가기

리앤: 24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개헌 제의’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개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다가 각종 부정 의혹으로 어지러운 시점에 1년 여 남은 임기 내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갑작스러운 발언이 당혹스러운 것이 사실인데요, 개헌 제의에 대한 각 언론의 입장을 정리해보았습니다. 



2. 이슈 디테일

리앤: 전반적으로 찬/반으로 극명하게 나뉘기 보다 ‘개헌이 장기적인 과제인 것에는 동의하나 대통령 주도 하에 급하게 진행될 것은 아니다’ 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개헌발표를 한 당일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미리 받아보았다는 말도 안 되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요 언론 대부분은 개헌카드를 꺼내든 의도마저 정치적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한겨레의 25일자 사설을 살펴보겠습니다.


1) 조선일보, “개헌 제안, 순수하지 않다”

하지만 그간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막아 온 가장 큰 힘은 박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은 "국정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여권 등에서 제기해 온 개헌론을 눌러 왔다. 지난 4월 "지금 개헌을 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나"라고 했고, 2주 전에도 여당 원내대표가 개헌 필요성을 제기하자 청와대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던 대통령과 청와대가 돌변하니 그 의도가 뭐냐는 물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순실과 차은택·우병우 문제를 덮으려고 개헌을 꺼내 든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등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란 식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달라진 상황 변화는 '최순실·차은택 의혹'으로 박 대통령의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중략)

그러나 야권에선 문재인 안철수를 포함, 모든 대선 주자들은 물론 그동안 개헌을 주장하던 사람들조차 '대통령이 나서면 될 일도 안 된다'고 반발한다. 개헌에는 야당의 참여와 국민적 동의가 필수적이고 그것을 위해선 대통령은 한발 물러서야 한다.

[조선일보/10월 25일자] [사설] 朴 대통령 改憲 제안 순수하지 않다


2) 중앙일보, “정부주도 아닌 국회주도의 개헌 되어야"

현행 헌법은 “독재 타도” “직선제 개헌”을 외치며 숱한 희생을 치러 얻어낸 시민의 헌법이다. 그렇지만 지금 헌법에 내재한 치명적 문제점과 급변하는 시대 변천에 따라 헌법을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현행 헌법의 치명성은 선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5년 단임제’에 있다. 이 조항은 대통령이 재임 시 쌓았던 실적에 대해 국민이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는 대통령 무책임제로 귀결됐다.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서 재신임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할 동기를 상실함으로써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정치권과 피드백은 끊기고 완고한 제왕적 통치자로 타락하곤 했다. (중략)

문제는 개헌론에 스며든 정치성이다. 박 대통령의 어제 연설은 정부가 주도하는 개헌론을 강조하고 있지만 안 될 말이다. (중략)

박 대통령은 개헌의 물꼬를 트고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만족하고 일정·절차·주체·내용 등은 전적으로 국회에 맡기는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쓸데없는 오해와 갈등을 피하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일보/10월 25일자] [사설] 대통령이 물꼬 튼 개헌, 국회가 주도하라


검찰·청와대의 이런 행태, 의사 결정이 박 대통령과 관계없이 이뤄진다고 보는 국민은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국회에 예산안과 법안 처리 협조를 요청했고, 또 개헌을 들고 나왔다. 그러니 눈덩이처럼 커지는 최순실 의혹 등에서 비켜 가려는 노림수란 의심을 사는 것이다. 당장 야권은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 농단에 대한 사과부터 하라”는 반응을 내놨다. (중략)

개헌이 국정농단 의혹을 덮기 위한 꼼수란 의심을 받으면 개헌도 어려워진다. 개헌을 향한 대통령의 충정과 진정성을 느끼게 하려면 국민의 불쾌지수를 높이는 여러 잡음에 대한 깔끔하고 투명한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 꼬인 정국이 살아나고 국론 분열이 해소되는 길이다. 그래야 개헌도 이뤄질 수 있다.

[중앙일보/10워 25일자] [사설] 지금처럼 대통령 진정성 의심받으면 개헌 어렵다


3) 동아일보, “개헌 논의 필요한 시점이기는 하나 청와대 주도의 권력구조 중심 개헌은 안 돼”

대통령이 개헌론을 촉발시킨 만큼 일단은 국회에 공을 넘겨주는 것이 순리(順理)다. 국회에는 김형오 국회의장 시절 만든 개헌안이 있다. 헌법학자인 김철수 서울대 법학부 명예교수도 “국회에 안이 있는 상태고, 국회에서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4년 차에 꺼낸 개헌론에 제동을 건 사람이 다름 아닌 박 대통령이었다. 노 대통령에겐 ‘참 나쁜 대통령’이란 어록까지 남겼다. 남이 개헌을 추진하면 ‘나쁜 대통령’이고, 내가 하면 ‘대한민국의 50년, 100년의 미래’를 여는 것인가. 

국가 백년대계를 좌우할 개헌은 정치권의 전유물이 돼서도 안 된다. 장석권 전 한국헌법학회장은 “입법부나 행정부 등이 주도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독립적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개헌안이 국회에서 통과돼도 국민투표를 거치게 돼 있는 만큼 개헌안을 만들 때부터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중략)

2017년 체제’를 열 새 헌법은 통일한국과 1980년대와는 달라진 기본권 및 복지·환경, 정보화·다문화 사회구조, 지방분권 체제가 반영돼야 한다. 개헌이 어려운 경성(硬性)헌법인 만큼 권력구조만 ‘원포인트 개헌’을 하려 해선 안 된다. 심각한 안보·경제 위기에 대한 대처가 개헌 소용돌이 속에 묻히지 않도록 대통령이 여야 지도자와 ‘대타협’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명한 국민은 내년 대선을 겨냥한 정략적 개헌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동아일보/10월 25일자] [사설]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 ‘청와대 주도’로는 성공 못한다


4) 경향신문, “정략적 개헌제안, 반대한다”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은 그 내용과 방법, 시기 등에서 모두 부적절하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금까지 ‘민생경제의 어려움’과 ‘엄중한 국제 정세’를 강조하며 현시점에 개헌을 추진하면 모든 현안이 블랙홀처럼 빠져든다고 주장했다. 이런 박 대통령이 시민과 정치권이 원하고 있다며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꾼 것은 충격적인 표변이다. 국가의 100년 미래를 이끌 헌법을 만들자고 하면서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고 자신의 임기 내 개헌을 하겠다는 것이 과연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옳은 태도인지 되묻고 싶다.

박 대통령은 또 1987년 헌법 체제가 지금과는 맞지 않는다며 5년 단임제의 폐해 등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만 집중 언급했다. 기본권 강화나 87년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의제들은 외면했다. 외교·안보 정책이 정권에 따라 바뀐 것이 마치 단임제의 폐해인 양 언급하며 자신의 실책을 덮는 무책임함까지 보였다. 박 대통령이 직접 개헌을 주도하겠다면서도 어느 쪽으로 끌고 갈지 밝히지 않아 개헌 방향을 가늠할 수도 없다. 개헌은 정치권의 이해관계, 권력자의 의도를 떠나 주권자인 시민이 참여하고 주도해야 한다. (중략)

여당이 쌍수를 들어 반기고 야권의 일부도 개헌 찬성 입장을 밝혔다. 당분간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에 불이 붙을 것이다. 여야간 개헌에 속도가 붙지 않으면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개헌을 주도하겠다는 뜻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개헌에 관한 국민적 합의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개헌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할 국가 중대사이다. 박 대통령의 정략적 계산의 결과라는 의심이 거두어지지 않는 한 시민은 개헌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경향신문/10월 25일자] [사설]박 대통령의 정략적 개헌 제안을 반대한다


5) 한겨레,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 그러나 그 주체는 국민이 되어야”

특히 현 정권 들어 대통령제 폐해가 극에 달했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된 건 맞다.

그렇게 된 데는 박 대통령의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 국회의 견제를 깡그리 무시하고 때론 여야 합의까지 파기해버린 그의 독단적인 국정운영이 우리 사회의 대립과 분열을 심화한 가장 큰 원인이다. 여론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 제왕적 태도가 대통령제에 대한 극단적 불신을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자기 잘못에 대해선 단 한마디 사과나 뉘우침 없이 마치 모든 게 제도의 문제인 양 호도하며 “개헌을 하자”고 하니, 그 동기의 순수함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최순실 게이트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개헌을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중략)

1987년 대통령 직선제에만 초점을 맞춘 현행 헌법이 그동안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광범위하게 담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은 옳다. 그런 점에서 개헌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정치권과 학계, 일부 시민사회의 의견은 타당하다. 다만, 어떤 경우든 개헌 논의의 주체는 국민이 돼야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되는 건 문제가 있다.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의 발언은 가당치도 않다. 청와대는 개헌 논의에서 아예 손을 떼야 한다.

[한겨레/10월 25일자] [한겨레 사설] 정략적이고 위험한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 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에 대한 논의는 지속되어야

리앤: 사실 박 대통령의 갑작스런 선언 이전에도 개헌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있어왔습니다. 지금의 헌법으로 개정된지 30년이 지난 만큼 달라진 사회상을 반영해야 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겠지요.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간이 되는 법인 만큼 포괄적인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20대 국회의원 185명이 8일 ‘개헌을 추진하는 국회의원 모임’을 결성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 윤리특별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과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원 185명에게 가입신청서를 받아 20대 국회 개헌 추진 모임을 구성해 활동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중략)

권성동 의원은 “1987년 제정된 현행 헌법은 30년이 지나 국민의 기본권과 실질적인 지방자치 구현에 있어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승자독식의 권력구조로 대립정치의 일상화, 국민의 정치 불신 등 여러 폐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헌 추진 모임은 앞으로 국회에서 개헌 담론을 펼치기 위한 개헌특위 구성을 논의하고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각계각층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9월 9일자] 여야 의원 185명, 개헌 추진 모임 결성


3. 필진 코멘트


리앤: 매일 봇물 터지듯 보도되고 있는 최순실씨 관련 기사들을 보면 국가가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는 상황을 참 믿기 어렵습니다. 이런 와중에 아무런 해명 없이 개헌이라는 큰 얘기를 꺼내니 그 의도가 어떻든 긍정적이 해석될 수가 없겠지요. 청와대는 ‘임기 내’ 개헌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먼저 임기 내 투명성 회복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by 리앤

yum.haew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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