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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Dec 30. 2015

위안부 합의안, 결과와 과정

[행간읽기] 2015. 12. 30 by  프로기

" 위안부 합의안, 결과와 과정 " by 프로기


1. 이슈 들어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kmrtpKXmHcA&feature=youtu.be

위안부 문제가 한일 합의로 마무리되는 듯합니다. 피해자인 할머니들은 합의가 끝난 이후에 그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 영상을 보면서, 수십 년 동안 참고 기다리고 믿었던 할머니의 분통함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습니다.


올 해에도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이슈가 여럿 있었습니다.(행간읽기, 2015. 5. 29. 프로기 발행) 어려운 문제인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모두 ‘해결’되었다고 하니 믿기 어려웠는데요. 합의 내용이 무엇인지, 원칙적/현실적 관점으로 어떻게 볼 수 있을지, 이 합의안의 배경이 된 국제 외교 문제 등을 다루겠습니다.


2. 이슈 디테일


a. 합의 내용

[한겨레, 2015년 12월 28일 기사 중 인용]

(잘 안 보이시죠ㅠㅠ) 맨 우측이 윤병세-기시다 합의안으로 불리는 이번 합의안의 내용입니다.  


1) 일본 정부의 책임

한국은 ‘법적 책임’을 요구해왔습니다. 일본은 ‘도의적 책임’이라는 말로 교묘하게 책임을 회피해왔는데요. 이번 합의에서 그 ‘도의적’이라는 단어는 빠지게 되었지만, ‘법적 책임’이라고 할 순 없는 여지를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2) 정부 차원의 사죄

고노담화의 내용은 진정성이 담겨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총리 개인적 의견 표명이었다며 정부 차원의 사과를 거절했었습니다. 이번 합의안에는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 /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 사죄한다’는 표현이 들어가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베 총리도 이를 인정한다고 표명했고, 이는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3) 10억 엔, 한국 정부가 설립한 재단을 일본 예산으로 운영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10억 엔의 자금을 ‘일괄 거출’해 한국 정부가 재단을 설립하기로 하였습니다. 정부 예산만으로 꾸리겠다는 점이 정부가 책임을 질 사안으로 가져갔다고 해석됩니다. 과거에 일본은 ‘아시아여성기금’을 마련해 일본 국민들의 성금도 전달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일본 국민 성금과 정부 예산을 섞어 책임을 회피한 측면이 있었고, 결론적으로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아시아여성기금’이 실패한 이유는 한국 피해자들의 공감대와 이해를 얻지 못한 점이라는 지적 있습니다. 그런 면에선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통보식으로 전달된 이번 재단이 공감대를 얻을 수 있겠는가 하는 비판적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할머니들이 ‘돈은 필요 없다’며 이번 합의를 비판하고 계시기도 합니다. 게다가 기시다 외무상이 28일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한 후 일본 기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일본이) 잃은 것은 10억 엔뿐”이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해, 졸속 합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4)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 확인

"결국 아베가 신경 쓰는 것은 위안부 피해자나 한국 정부가 아닌 '국제사회의 시선'이다."(정부 소식통)

이래서인지 이 대목은 아베 총리가 강력히 주장한 것이라고 합니다. 한일 문제를 넘어 국제사회에서 ‘여성 인권 문제’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분석됩니다. 게다가 ‘여성 인권 수호’를 브랜드로 내세우는 힐러리 클린턴이 유력한 미국 차기 대통령 후보로 떠오르는 점도 빨리 문제를 매듭짓고자 결심한 배경으로 비칩니다. 때문에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 확인’이라는 문구는 단순히 한일 관계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못하게 할 의도였다고 보입니다. 이에 대한 비판을 인용으로 옮깁니다.


조세영 동서대 일본연구센터 소장(전 외교부 동북아국장): “우리 쪽 핵심 쟁점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고, 시대와 상황이 변할 텐데 이런 도장을 찍으면 과한 게 아니냐”

이나영 중앙대 교수(사회학): “정부 합의에 대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고, 묻지도 않고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합의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박철희 서울대 일본연구소 소장: “이 부분은 아베 총리가 고집한 부분이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고령화하며 문제 자체가 자연 소멸할 수 있으므로 선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최종이라고 하는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고 본다”

JTBC 임종주 정치부장: “최종적으로 불가역적이라는 표현과 연결이 되는 부분인데요. 일본이 과거와 같은 망언을 하고 역사 왜곡에 나섰을 때 우리 정부가 맞설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 지적으로 제기가 되고 있습니다.”


5) 소녀상 철거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철거·이전을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한국 정부는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일본은 미국 등 해외에 있는 소녀상 철거 문제도 약속받아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 있다는데요. 하지만 소녀상은 민간단체가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세운 것으로, 정부가 협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비판이 큽니다. 정부에서도 이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겨레, 2015년 12월 28일] ‘백기’ 든 한국의 역사적 과오 되풀이…“한국, 너무 많이 내줬다”, 김진철 기자

[경향신문, 2015년 12월 29일] “최종 해결 아니면 그냥 돌아와” 아베, 기시다 외상에 사전 특명, 윤희일 특파원

[조선일보, 2015년 12월 28일] 아베의 관심은 한국 아닌 '국제사회 시선', 임민혁 기자

[JTBC, 2015년 12월 29일] 파장 커지는 '위안부 합의'…주요 쟁점과 향후 전망은


b.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원칙론>과 <현실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이 문제가 여성의 인권을 처참하게 유린한 국가의 범죄로 보고, 다른 하나는 한-일 양국이 서둘러 해결해야 하는 외교적 과제로 본다. 전자를 원칙론, 후자를 현실론이라 부를 수도 있다.


첫번째 관점, 즉 원칙론에 설 경우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공개된 양국의 합의 내용은 적잖이 실망스러운 내용으로 해석된다. (6월 아시아연대회의) 제언의 핵심은 위안부 제도가 일본의 ‘국가 범죄’이니 일본이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함”이라고 발언하는 데 그쳤다. 결국 20년 동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한·일의 지원단체들이 겨우 ‘도의적’이라는 세 음절을 빼내기 위해 투쟁해온 것이냐라는 호된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운동단체의 간절한 요청에도 위안부 제도가 일본의 국가 범죄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외교적으로 이 문제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현실 외교적인 관점에 설 경우 평가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국내외에서 역사 수정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아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부터 일본 정부가 그동안 거부해온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 조처를 끌어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정부의 예산’으로 한국 정부가 만든 재단에 10억 엔의 예산을 지급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덧붙인 말은 없지만 기사를 간추렸습니다.)

[한겨레, 2015년 12월 18일] 돌이킬 수 없는 최종 합의…국제사회서 ‘위안부’ 거론 못할 판, 길윤형 특파원


프로기: 조선일보의 한 칼럼을 보면, 현실론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본 전문가들에 따르면 위안부나 과거사 문제를 다른 무엇인가와 연계하는 우리 측의 협상 전략은 늘 일본에 역(逆) 이용당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한국이 사과를 하라고 하면, 일본이 돈을 마련해주고, 그러면 배상이 끝나는 식으로 흘러가는) 오히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지 않을 테니 역사적 진실을 밝히자"고 나섰을 때 일본이 가장 당혹스러워했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 측이 위안부 문제에서 가장 전향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평가되는 고노 담화가 그 직후에 나왔고, 위안부 문제가 처음으로 일본 교과서에 실렸다.


그러나 그 후 25년 가까이 위안부 문제는 쳇바퀴를 돌았다. (중략) 그저 위안부 문제에 관한 국내외의 분노가 비등점을 향해 치달으면 임기응변식 대일(對日) 강경 태도를 취하는 데 급급했을 뿐이다. 우리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이런 식으로 '희망 고문'을 해왔던 것이다.


일본을 상대로 언성을 높이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우리 스스로 '한국의 입지'를 좁히는 것에 불과하다. 지난 3년 이 정권이 보여준 대일(對日) 외교의 실패가 바로 산 증거다. 한·일 관계는 위안부 협상 타결로 다시 출발점에 섰다. 지금이야말로 일본이 한국을 두렵게 여기도록 만드는 발상의 전환과 외교 전략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위안부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김학순 할머니는 1997년 세상을 떠났다. 김 할머니를 비롯해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했던 200여 분 중 46명만이 생존해 있다. 일본 탓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진심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보듬었으면 한다.

[조선일보, 2015년 12월 30일] 할머니들이 우는 진짜 이유 (칼럼), 박두식 부국장 겸 사회부장


국제정치 무대에서, 외교전 패배

프로기: 영국 가디언이 ‘일본의 승리, 미국의 간접적 승리’라고 평가한 점이 한국 언론에서 여러 번 보도되었습니다. 한국 언론에 인용되지 않는 부분이 더 흥미로웠는데요.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제무대에서 한미 동맹 관계, 한미일 공조 체제에서 벗어나 중국과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구상했나 봅니다. 공산국가 중국의 세계 2차 대전 승전 기념식에 참석한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 수장이었던 점도 도드라집니다. 아무튼 중국과 한국은 몇 년 동안 일본을 비난하며 국가주의와 보수주의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에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냉랭했죠. 가디언은 이런 박 대통령의 정치적 술수가 잘 먹혔고, 한국인 여론조사에서 김정은보다 아베를 싫어한다는 인식 결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내 친중국적인 분위기도 형성됐고요.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계속해서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중국이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가는 팽창주의가 거센 점이 불편해졌나 봅니다. 미국은 아베를 비판하던 입장을 바꿔, 올 초에는 “국가주의자들은 여전이 공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정치적 지도자(박 대통령)는 이전의 적(일본)을 비난하는 식으로 쉽게 값싼 칭찬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정체만 될 뿐, 진보하지 못한다.”고 대놓고 박 대통령의 외교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미국은 한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했습니다. 미국도  자기편으로 돌아선 상황이기에, 일본은 ‘정부의 보상금 & 위안부 운영 인정하고 사죄’만 하면 문제를 종결시킬 수 있는 시기라고 기회를 본 것이겠죠. 이런 상황이니 아베가 새 시대를 만들자하니, 박 대통령이 쿨하게(was notably cooler) 새 시대를 만들자고 대답하게 된 것입니다. 한중 외교를 만들어가던 박 대통령, 그리고 '미일중'의 세력 싸움에서 국력이 약한 한국의 외교전 패배인 셈입니다.

[The Guardian, 2015년 12월 28일] Korean comfort women agreement is a triumph for Japan and the US, Simon Tisdall


프로기: 그래서일까요. 미국 언론은 아주 크게 환영한다는 보도를 내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에서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이었고, 이 때문에 일본과 한국의 관계 경색은 우려스러운 현상이었다”며 “따라서 양국의 이번 합의는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중략)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일부 한국인들은 일본이 전쟁 기억에 대해 충분히 속죄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번 합의는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말했다. WSJ는 “특히 중국과 북한의 안보 위협 관점에서 볼 때 더욱 그렇다”며 “미국이 이 지역 안보 위협에 대처할 만큼 군비를 지출하지 못하게 될 경우 우방국들이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더 친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이번 위안부 합의가 이를 더 원활하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시아투데이, 2015년 12월 29일] 영국 가디언 “위안부 합의는 일본과 미국의 승리” WP “새해 희소식”, 이미현 기자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

29일 경기 광주 나눔의 집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성토의 장이 됐다. 대상은 일본 정부가 아니었다. 한국 정부였다.


김군자 할머니는 "피해자는 우린데, 정부가 어떻게 함부로 합의를 아냐. 우린 인정 못한다"며 "우린 지금도 의료 복지 혜택 잘 받고 있다. 일본의 공적 사과, 공적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병신이 돼서 귀가 곪아 터져서 말도 못 들어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데, 우리는 아무도 없이 어떻게 합의를 했냐"며 "명예  회복해서 이 세월 동안 가슴에 맺힌 한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게 해달라"며 복받쳐 오르는 감정에 말끝을 흐렸다.


(중략)


이에 임 차관은 "할머니들 보시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뗀 뒤, "저희 어머니도 할머니들과 나이가 똑같아 어머니와 같은 위치에 계시다고 생각하고 교섭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하지만 연휴 기간이라는 시간적 제약이 있었고, 논의가 급하게 진전됐기 때문에 미리 말씀을 못 드렸다"며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할머니들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이용수 할머니는 "연휴가 어디 있냐, 이런 문제에 대해서 노는 날 찾고 일하는 날 찾게 돼 있냐"라며 "우리가 20여 년 동안 공식 사죄, 법적  배상하라고 외치고 있지 않느냐"고 고함을 쳤다. 김복동 할머니는 "협상하기 전에 당사자인 우리 얘기를 들었어야 했다"며 "우리에게는 말 한마디도 없이 정부끼리 뚝딱 해서 타결됐다고 하면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노컷뉴스, 2015년 12월 29일] "나라가 우리를 두 번 죽이네"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윤철원 김광일 기자


3. 필진 코멘트

상상해봤습니다. 내가 이유 없이 끌려가서 강간을 백여 번 당했다. 만신창이가 되어 죽고 싶은 지경이다. 그런데, 옆에 누군가 나서서 멋대로 자신이 용서하겠다고 한다면. 부모님이라도 용서하기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제 지인은 영화 <밀양>을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가해자가 구원받았다고 했을 때 아연실색함이 떠오른다고요.


현실론과 국제정치적 배경을 살펴보니 이번 합의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엄청난 반일 정서 때문에 최대한 숨기다가 하루아침에 공개해버린 작전이겠지 짐작도 됩니다. 하지만 말할 수 없이 상처받은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과정에 아쉬움이 정말 많이 남습니다. 진짜 최선이었을까 의문도 듭니다. 좋은 정치는 현실적인 이익을 만들어 나가되, 과정에서 충분한 동의와 지지를 얻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by 프로기

froooog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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