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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Jul 08. 2016

[리앤] 삼성의 조직문화 실험, 성공할 수 있을까?

[행간읽기] 2016. 7. 8. by 리앤

 “삼성의 조직문화 실험, 성공할 수 있을까?” by 리앤

1. 이슈 들어가기

리앤: 최근 삼성전자가 ‘First Mover’로의 도약을 외치며, ‘스타트업’ 분위기의 조직 문화를 구축하겠다는 야심 찬 발표를 했습니다. 관련하여 직급, 호칭부터 수평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혁신적인 변화를 꾀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한국 대기업 특유의 수직적 기업 문화를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다른 기업으로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그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2. 이슈 디테일


1) 삼성전자의 조직문화 혁신 선언

삼성전자가 직원들 사이의 호칭을 '님'으로 통일한다. 신입 사원이 상사인 홍길동 부장을 부를 때 '홍 부장님' 대신 '길동님'이라고 하는 것이다. 부장·과장·대리 등 연공서열 기반의 기존 직급은 폐지하고 업무 능력 중심의 '경력개발 단계' 제도도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인사제도 개선안을 27일 발표했다. 직급이나 연차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개선안에는 회의와 보고를 대폭 간소화하고 여름철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는 파격적인 방안도 포함됐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처럼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조성해 직원들의 창의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6월 28일자] 삼성전자 "홍부장님 대신 길동님이라 부르세요"


새로운 직급 체계에서는 승진에 필요한 근무 연한이라는 개념이 희석된다. CL은 직무와 역할을 중심으로 부여받게 되기 때문에 기존에 차장이었던 인사가 맡은 업무나 역할에 따라 CL4를 부여받을 수도 있고 부장이었던 인사는 CL3을 부여받을 수도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근무 연한이 아닌 맡은 업무의 폭과 개인의 전문성 등을 중심으로 구성원의 경력을 판단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6월 27일자] 삼성전자 조직문화 대수술…'창의·자율' 고민 결과물


이 부회장은 조직문화 개편을 위해 지난해 7월 사내 온라인 집단토론장인 ‘모자이크’를 통해 ‘글로벌 인사제도 혁신’을 주제로 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에는 2만6000여명의 임직원이 참석해 1200여건에 달하는 제안과 의견을 쏟아냈다. 당시 나온 의견들을 취합해 올 3월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을 열고 전담팀을 꾸려 인사 혁신방안을 연구해왔다.
[경향신문/6월 2일자] 삼성 조직문화, ‘구글’처럼 바꾼다


2) 그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리앤: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외친지 20여 년, 이번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업의 특성상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빠르고 유연한 변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조직 구조와 문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고, 또한 이러한 변화가 굉장히 절박해 보입니다.


삼성이 사내 문화를 혁신하려는 배경에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상부의 지시를 따르는 데만 급급한 상명하복식 조직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IT(정보기술) 산업에서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세계적 기업들 사이에는 직위나 직책 같은 '계급장'을 떼고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구글이 매주 목요일 본사 식당에서 여는 정례 모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자리엔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을 비롯한 최고 경영층이 참가해 직원들의 질문에 직접 답하고 회사의 전략을 공유한다. 한양대 한상린 교수(경영학)는 "과거 굴뚝산업 시절에 만들어진 조직 구조로는 IT 산업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만큼 삼성전자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6월 28일자] 삼성전자 "홍부장님 대신 길동님이라 부르세요"


"30층짜리 건물을 지어야 하는데 삼성은 지금 초가집 수준이다. 소프트웨어(SW)의 큰 그림을 그리는 아키텍처(architecture·건축)라는 개념이 전혀 없다."

삼성이 자사(自社)의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에 대한 통렬한 자아비판(自我批判)을 쏟아냈다. (중략) 삼성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떨어진 주요 원인으로 '경직된 기업 문화'를 꼽았다. 위계질서가 강한 삼성의 사내 문화가 직원들의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창의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직원들끼리 직급 대신 '○○님'으로 호칭을 바꾸고 반바지도 허용하는 사내 문화 혁신에 나선 것과 맞물리는 대목이다. 이 같은 삼성의 변화는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반성에 삼성 안팎에선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 스스로 치부를 드러낸 용감한 결정'이란 호평(好評)부터 '회사의 책임은 도외시하고 직원 비판만 한다'는 불만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하드웨어 중심으로 성장한 삼성이 앞으로 소프트웨어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외부의 시각에선 자아비판이 '긁어 부스럼'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를 계기로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위한 과감한 변화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7월 6일자] 삼성의 SW역량 반성 "초가집 짓는 수준"


삼성전자의 이번 혁신방안에 담긴 또 다른 함의는 ‘이재용 시대’ 삼성그룹의 밑그림을 더욱 더 선명하게 보여줬다는 점이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2년여 간 이재용 부회장 체제 정비를 위한 일련의 과정을 숨 가쁘게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실용주의’로 대표되는 이재용 시대 삼성그룹의 모습이 곳곳에서 조금씩 감지됐다.

올해는 이건희 회장이 199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신경영 삼성을 선언한지 23년째 되는 해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발표한 혁신방안을 내년 3월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비즈니스포스트/6워 28일자] '이재용 시대' 삼성전자 조직문화 혁신에 성공하려면


3) 삼성전자의 변화, 성공할 수 있을까? – 여러 가지 시선들

리앤: 삼성전자의 조직문화 혁신 선언은 단순히 한 기업의 변화일 뿐만 아니라, 업계로, 그 위상을 고려할 때 다른 기업들로의 파급 효과가 크리라 생각합니다. 과연 본질적인 조직문화 변화가 가능할까요?


이번 호칭 개편에서 직급이 없는 임원, 부사장급 이상 임원에 대해서는 기존의 직급을 그대로 부르는 것이 허용됐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고위직 임원에 대해서까지 호칭에 변화를 준다는 게 기존 한국인의 정서상 어렵다는 의견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구성원은 대부분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이라며 "한국 사회의 가치체계나 교육틀, 전반적 문화에서 하루 아침에 벗어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6월 27일자] 삼성전자 조직문화 대수술…'창의·자율' 고민 결과물 


전문가들은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형식만 바뀐다고 삼성전자가 곧바로 스타트업 문화로 바뀔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삼성전자는 3월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선포식 당시 사회자가 “스타트업 삼성!”이라 외치면 젊은 직원들이 손목에 찼던 전구팔찌에 불을 켜 ‘스타트업’이란 글자를 보이도록 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자는 자리에서 보여주기식 집단행동을 펼친 것이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는 “오랫동안 고수해온 ‘톱다운 매니지먼트인’ 경영 방식부터 타파해야 조직 문화 혁신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6월 28일자] ‘이재용의 뉴 삼성’ 가볍고 빠른 조직으로
 


국내 기업의 ‘맏형’격인 삼성전자의 변화는 재계에서 받아들이는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 또 국내 대기업들의 만성적인 고민인 ‘항아리형’ 인력 구조(사원, 대리는 적고 차장, 부장만 많은 상황) 해결과 맞물려 재계 전반의 조직 문화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의 조직 문화 개편은 결국 ‘연령 위주’가 아닌 ‘직무 위주’ 인사제도로 가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볼 수 있다”며 “다른 기업에서도 삼성을 모방한 제도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아일보/6월 28일자] ‘이재용의 뉴 삼성’ 가볍고 빠른 조직으로


4) 조직문화, 사기업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리앤: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조직 문화가 비단 사기업들 만의 고민은 아닙니다. 사실 사기업들은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체질 개선을 계속해서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기관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 한 검사의 자살 사건, 경찰의 여고생 성관계 사건 등 이후 검/경찰의 조직 문화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특유의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가 사건의 발단이 되거나 사건 후 뒤늦은 수습과 은폐의 원인이라는 지적입니다.


서른세 살 전도유망했던 젊은 검사의 자살 사건에 법조계가 충격에 빠졌다. 군법무관 출신의 엘리트였던 그가 개인적 신변 문제도 아닌 상사와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로 인한 압박감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피라미드형의 계층적 조직체를 형성하며 엄격한 상명하복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검찰 조직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법률신문/7월 6일자] "검찰, 상명하복 조직문화 대수술 필요" 목소리 커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상명하복의 군대식 조직문화 때문에 검찰이 K 부장검사의 부당한 행동 등에 대한 진상 파악을 끝냈으면서도 기강 문란 등을 우려해 K 부장검사에 대한 처분을 고민 중에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진상조사 등을 통해 K 부장의 부당한 행동을 확인했더라도 K 부장검사의 잘못된 처신이 조직 전체의 문제로 비칠 가능성을 우려해 사실을 밝히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1/7월 6일자] 김 검사 유족·연수원 동기 "검찰 수뇌부 의견 납득 어려워"


부산 지역의 학교전담경찰관(SPO) 2명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을 경찰서장과 부산경찰청, 경찰청이 차례로 숨기고 넘어가려 한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경찰을 향하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경찰 안팎에서는 서로의 잘못을 덮어주는 잘못된 관행이 비단 이번 사건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지휘부의 입만 바라보게 하는 계급 구조와 간부층의 엘리트 의식, 성과주의가 ‘침묵의 코드’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헤럴드경제/6월 30일자] [경찰, 왜 이 지경까지… ①] 비리ㆍ비위 ‘쉬쉬’…경찰조직 망치는 ‘침묵의 코드’


3. 필진 코멘트

리앤: 공사를 떠나 직장인들은 하루의 절반을 일터에서 보냅니다. 단순히 생계 수단이라고만 하기에는 개인의 삶의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만큼 조직 문화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습니다. 조직 차원에서도 직원들이 유연한 분위기 속에서 주도적으로 일 할 때 더욱 성과가 좋지 않을까요?
물론 업의 특성 상 엄격한 규칙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요. 하지만 일은 딱딱한 문화가 아닌 정해진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의해 관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의 현실은 조직 내 규정된 제도가 있음에도 직원들이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삼성 전자의 조직 문화 개혁 선언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궁금합니다. 공룡 같은 기업이 하루 아침에 변할 수는 없겠지만 뚝심 있게 변화를 드라이브 한다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경영진으부터의 끈기 있는 노력을 기대해봅니다.

 

by 리앤

yum.haew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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