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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Sep 19. 2016

[누들] 지진이 났는데, 별일 아니니 공부하라고?

[행간읽기] 2016. 9. 18. by 누들 




"지진이 났는데, 별일 아니니 공부하라고?" by 누들


1. 이슈 들어가기

누들 :  지난주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필자는 서울에 살고 있는데도 책상이 흔들릴 정도의 진동이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난생처음 겪는 일이라 흥미롭기도 했고, 또 규모 5.8이라는 게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가졌는지 잘 몰랐기 때문에 인터넷에 올라오는 각종 지진 관련 드립들을 보며 낄낄대기에 바빴죠. 하지만 이후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피해 상황을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섭더라고요. 나도 안전불감증이구나 싶어 아차, 했고요. 그런데 안전불감증은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진이 났는데도 야자를 강요했다던 부산의 모 고등학교 선생님, 재난방송은 온데간데없고 드라마와 예능만 틀어댔던 지상파 방송3사, 나아가서는 재난문자 한 통 보내지 않은 국가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던 지난주 지진 상황, 되짚어보겠습니다.


2. 이슈 디테일

관측 이래 최대 지진 발생, 규모 5.8

지난 12일 오후 8시32분께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는 1978년 국내에서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북한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이다. 내륙 발생 지진 규모가 5.0 이상인 건 36년 만에 처음이다.기상청에 따르면 지진 규모가 5.0~5.9이면 지반 가속도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느끼고 많은 사람들이 놀라서 밖으로 뛰어 나가는' 정도이다. 무거운 가구가 움직이기도 하고 벽의 석회가 떨어지기도 한다. 굴뚝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 운전 중인 사람들도 지진동을 느낄 수 있다. 여진은 18일 오전 7시까지 총 352회 발생했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규모별로는 1.5~3.0이 337회, 3.0~4.0이 14회, 4.0~5.0이 1회로 집계됐다. 규모 4.0~5.0은 12일 5.8 강진 직후 가장 먼저 일어난 여진이다.

[뉴시스/160918] '경주 지진' 여진, 총 352회…"규모·횟수↓, 언제 멈출진 몰라"


여전한 안전불감증과 국가의 무능한 대처

상황이 이런데도 부산의 한 A사립고등학교는 3학년 학생들의 야간자율학습을 강행했다. 참다 못한 이 학교 학생이 이 사실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알리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이 글을 올린 학생 B군은 “학교는 1차 지진 이후 1, 2학년 학생만 귀가시키고 3학년 학생에게는 자습을 강요했다”며 “학보모들이 전화를 걸자 학교 측은 안전을 책임지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했다는데 교사 5~6명이 200여 명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게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 학교는 30여 분 뒤 우리나라 관측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인 5.8의 2차 지진이 발생하자 뒤늦게 3학년 학생들을 귀가조치했다.

[중앙일보/160918] 지진 발생했는데 '야자'라니…학생·학부모 분통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 1TV는 1차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에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를 방송하고, 8시25분부터는 일일연속극 <별난 가족>을 그대로 내보냈다. 방송 중간에 뉴스특보를 끼워 넣긴 했지만, 지진 대피요령 등 충분한 정보는 제공되지 않았다. MBC는 오후 8시쯤부터 <뉴스데스크>를 방송했는데 9번째 뉴스로 지진 소식을 처음 전하고, 후반에 지진 뉴스를 추가했다. 9시부터는 일일드라마 <워킹맘육아대디>를 예정대로 방송하다 9시32분부터 지진에 대한 ‘뉴스특보’를 내보냈다. SBS는 오후 8시부터 시작한 ‘8시 뉴스’ 4번째 꼭지에서 지진 소식을 전했다가 후반에 뉴스를 추가했다. 9시부터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을 그대로 방송했다. 지상파 방송 3사 모두 밤 늦은 시간을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으로 채웠다.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JTBC를 제외하고는 지진 소식을 신속하게 전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향신문/160913] 지진 발생했는데 드라마···재난보도 외면한 방송사들


지진이 발생했던 이날 오후 7시44분 이후 지진피해대책 주무부처인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장애현상이 나타났다. 홈페이지에는 "금지된 요청으로 처리가 거부되었다"는 안내문만 있었고, 장애발생 5시간 만인 다음날 새벽 1시30분쯤 복구됐다. 지진상황, 대피요령 등의 정보를 전달해야할 안전처 홈페이지가 마비됨으로써 지진에 놀란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됐다. 안전처의 긴급재난 문자서비스도 늦게 발송됐다. 안전처는 최초 지진 발생 8분, 더 큰 규모로 발생한 두번째 지진 발생 9분이 지나서야 문자를 발송했다. 충청 이남을 제외한 수도권지역 시민들은 문자를 받지 못했다. 메시지 발송지역은 진앙 반경 120㎞ 이내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인천 등에서도 진동이 감지됐다는 점에서 안전처의 대응이 비판을 받고 있다. 

[뉴스1/160913] 경주 최강지진에 재난대처 총체적 무능 드러낸 국가의 위기관리


강력한 지진발생에도 재난문자방송 발송이 지연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국민안전처의 재난문자방송 송출 기준에 지진은 제외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안전처예규 제50호,'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기준'에 따라 국민안전처는 국가 비상사태시 관련 상황정보와 자연재난, 사회재난 발생시, 대처 정보 등의 재난문자방송 송출을 기간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에게 요청할 수 있고 운영기준 내에 송출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태풍·호우·홍수·한파·폭염 등 각종 기상 재난에 대해 주·야간 시간대별 재난문자방송의 송출 여부의 기준을 두고 있다. 그러나 지진은 해당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현행 송출기준상 재난문자방송 송출의 의무가 없다.

[the300/160913] 지진 재난문자 제때 오지 않은 이유?


3. 필진 코멘트

누들 : 필자가 오늘 글의 제목을 ‘지진이 났는데, 별일 아니니 공부하라고?’로 지은 까닭은, 지진을 겪었던 우리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진을 ‘별일 아닌 것’으로 생각하게 한 데는 국가의 책임이 가장 컸고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국민안전처’를 신설했습니다. 그 후로 2년이 지나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지난주,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마비되었고, 복구까지 걸리는 시간도 5시간이나 됐습니다. 트래픽이 몰리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홈페이지를 만들었기 때문일까요? 재난을 주관하는 담당 부서는 늘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지진 대피 요령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국가 때문에 국민들은 두려움에 밤잠을 설쳐야 했습니다. 큰 인명피해라도 있었다면 국민들의 반발과 배신감은 지금보다 훨씬 컸을 겁니다. 국가는 이번 지진을 교훈으로 삼고 대대적인 개선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가 더는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지진은 또 언제 올지 모르니까요.

성숙한 시민의식 역시 생각해봐야 할 일입니다. 물론 저도 배우 지진희 씨, 여진구 씨 인스타그램에 도배되는 ‘지진희 일어났다! 제발 앉아주세요ㅠ_ㅠ’, ‘여진이 오고 있다’ 등의 댓글을 보며 누리꾼들의 드립력에 감탄했지만, 피해 상황을 접하고 나니 저 자신이 좀 한심해지더라고요. 건물이 무너졌다, 화분이 떨어져서 머리에 맞았다, 같은 장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딘가에서는 정말로 건물이 무너지고 물건이 떨어져 누군가 다치기도 했죠. 재난은 오락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지진에 대처하는 방법과 재난에 대비해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야 할 사회적 역할을 잘 정리한 대담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우리 잘 살아남읍시다!

 경주 지진의 절박한 교훈 두가지, 컨트롤타워와 내진설계

by 누들

breezynod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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