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 2019.7.26.
불경기가 하늘을 덮어서일까 밤이 어둡다
날이 갈수록 노란 임대 현수막 늘어가는 거리에
밤마다 고깃집 간판 불이 점점 붉고 찬란하다
삼겹살을 구워서일까 도시의 밤이 힘겹게 덥다
한 때 기술자였던 늙은 노동자 하나가
불판처럼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달린다 하악하악
오가는 차량 옆으로 불법 전동기를 타는 그
누구는 지폐 몇 장을 손에 쥐려 대리운전을 하고
다른 누구는 직장에서 잘릴 거라고 했다
이 부부는 어떻게 살까 아니 어떻게 아이를 기를까
이미 태어나 자라고 서른이 넘어버린 자식을
어떻게 생존하라 가르칠 수 있까 무얼 줄 수 있을까
살아가는 법을 알 수 없는 밤 알아도 꿈쩍 못하는 밤
당신은 먼 상상의 사다리를 디뎌 타인의 방에 들어선다
침범해봐야 아무것도 훔치지 못하는 타인의 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