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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인 Jul 06. 2021

길 위에서

#杏仁 2019.8.26

여럿이 함께 가는 무리에 속했다면, 이 무리에 보조를 맞춰 가야 할 일이다. 걷는 속도며 행로 중의 대화, 휴식, 나란히 걸음을 멈춰 먼산을 보는 일까지 호흡을 맞춰야 할 노릇이다.     

나만의 호흡, 나만의 속도, 나만의 개성이야 누구에게나 있다. 다른 무리는 다 똑같은데 나 한 사람만 유별나게 생각이 깊거나 유독 속도가 빠른 건 아니다. 정말 유별난 사람이라면 이 무리에 함께하지 못하고 그예 떨어져 나가고 말 것이다.     

함께 가는 무리 중의 사람들은 각자 그만의 개성을 존중하되 서로가 조금씩 양해하며 보조를 맞춘다. 이 사람들은 수시로 주변을 살펴 뒤처지는 이, 길 밖으로 새는 이를 붙들어준다. 이럴 때 옆사람을 붙들어주는 이는 힘이 들지만, 함께 가기 위해 약간 희생을 하는 것이다.     

힘이 달려 겨우 제 발걸음만 재촉하는 사람일수록 뒤처질 위험이 높다. 

시야가 좁거나 안력이 달리는 사람일수록 길 밖으로 샐 위험이 높다.

안타깝게도 이런 사람들은 무리 중 다른 이를 돕기도 벅차다.      

무리 중 공명심에 사로잡힌 사람이 있다면, 참으로 위험한 노릇이다. 공명심은 이 사람을 능동적으로 행동하게 하는 원동력이되, 조금만 지나쳐도 무리의 동행을 저해한다. 지나친 공명심은 자신의 발등을 찍고 튀어 무리 중 다른 이들의 가슴을 찌르게 된다. 합창 중에 한 사람의 목소리가 튀어 음의 조화를 깨뜨리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杏仁 2019.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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