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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인 Apr 13. 2021

치유와 생명의 걸음, 모악산 안덕길

杏仁의 길 담화_반월에서 장파까지 걷는 숲길

 벌써부터 날이 덥다. 길을 걷는 사람들도 따가운 볕을 피해 그늘을 찾아 나선다. 유난히 강렬해진 햇볕 아래 자외선 지수도 위험 수준을 오르내린다. 긴소매 옷에 모자, 색안경으로 무장하고 걷는 사람도 있고 양산을 든 사람도 있다.  
 이렇게 볕이 따가운 날이면 행인(杏仁)은 으레 자외선 차단 양산을 들고 외출한다. 양산을 들고 다녀보니 볕 가리는 데에 최선이 아닌가 싶다.

머리 희끗희끗한 중년 아저씨가 양산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사람들에겐 익숙하지 않겠지만, 내 피부를 내가 보호하지 않으면 누가 지켜줄까? 양산을 드는 데에 남자, 여자를 구분할 것은 없다는 게 행인(杏仁) 생각이다. 

날이 더우니 마땅히 걸을만한 길을 찾기도 쉽지 않다.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걸을만한 시원한 길이 어디 흔하랴? 이렇게 더운 날이면 행인(杏仁)은 완주군 구이면 안덕마을 골짜기를 찾아 걷는다. 숲 좋고 공기 맑은 청정지역이기에, 오래전 무리를 이끌고 마실길을 개척하던 시절 ‘치유의 숲길’이라 이름 붙였다.      

  완주군 구이면 안덕리 안덕파워빌리지는 대한민국 최초의 건강힐링체험마을이다. 건강과 힐링을 테마로 주민들이 만든 공동체 마을로 토속 한증막, 유기농 웰빙식당, 황토로 만들어진 숙박시설, 건강 힐링 체험 교실, 동굴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워낙 숲이 좋고 공기가 맑아 한방 자연요법 치료로 유명한 한의원도 10여 년 전부터 들어서서 난치병 환자들에게 명소로 알려져 있다. 모악산의 맑고 깨끗한 공기 속에 몸을 맡기고 심신을 치유하는 곳이라 하겠다. 

 안덕파워빌리지는 완주와 김제의 경계가 되는 모악산 자락에 기대어 사는 장파, 미치, 신기, 원안덕 등 4개 마을 150여 가구가 영농조합 형태로 운영한다. 2007년부터 파워빌리지 시범마을로 시작한 것이, 한 해에만 6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국내 제일의 마을공동체회사로 성장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명소 토속 한증막은 건강한 기운이 물씬 묻어난다. 아궁이에 통나무를 넣어 불을 때면 한약재 성분이 우러나오면서 체질개선 등 뛰어난 한증막 효과를 느낄 수 있다. 한증막 내부에, 느릅나무껍질, 솔뿌리, 천궁, 당귀 등 10여 가지 한약재를 달인 물로 반죽한 황토에 솔잎과 쑥을 배합한 구들을 설치한 덕분이다. 폐금광을 활용해 차분하고 시원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옛 금광굴도 한증막과 이어져 있다. 인진쑥을 태워 쑥의 기운을 단전에 공급하는 쑥뜸 또한 한증막의 또 다른 건강 체험이다. 이웃해 있는 웰빙식당에서 유기농 채소와 죽염을 이용한 건강식을 맛볼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이 황토와 돌, 나무를 이용해 직접 지은 황토방, 요초당의 전통문화체험과 청소년 놀이시설, 산자락과 마을을 잇는 건강힐링 녹색길 산책까지, 안덕파워빌리지의 숲길은 그야말로 치유의 길이라 할 수 있다.  

안덕마을 골짜기 숲길은 그 향기가 매우 진하다.

 안덕마을 사람들은 4.5km의 녹색길과 3.8km의 노르딕워킹코스, 두 개의 길을 내놓았다. 모악산 자락에서 발원한 내운암천과 숲길을 따라가는 길이다. 이 길은 원래 마을 뒤로 돌아 모악산 남쪽 산자락을 더듬어 가는 길은 신암재길과 겹친다. 완주군 구이면 안덕리 안덕․ 장파 마을의 안덕파워빌리지에서 신암재 위 쉼터까지 오르는 신암재길은, 모악산 마실길 2-1코스로 나 있기도 하고, 아름다운 순례길의 구간이기도 하다.       

 햇볕 뜨거운 여름날엔 누구나 더위 밖으로 빠져나와 서늘한 숲길로 들어서고 싶다. 골 깊은 산 숲에 들어 싸드락싸드락 걸으면 더위에 시달린 가슴을 시원하게 씻을 수 있을 것이다. 심신에 맑은 공기를 불어넣는 치유의 길인 셈이다.

 안덕마을 골짜기 입구에 들어서면 피톤치드 진한 숲 향기가 가슴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와 그동안 지쳐있던 마음과 몸을 금방이라도 치유해 줄 듯하다.  뭔가 새로운 묘약을 처방받으러 온 것처럼 말이다. 토속 한증막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토 흙의 냄새도 진하다. 

 모악산 줄기를 향해 걸어 오르는 길섶에는 자연의 유혹도 많다. 굽이굽이 흐르는 소박한 계곡물에 그대로 뛰어들어 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 빨갛다 못해 붉은 기운이 넘실대는 산자두가 유혹을 이기지 못해 슬그머니 하나를 따서 입에 넣어본다. 숲 한 구석에는 잎과 꽃, 뿌리가 모두 흰빛이라는 삼백초도 자라고 있다. 

  숲이 내 품에 안기는 것인지, 숲이 나를 품에 안아주는 것인지? 우리 사람들에게 자연은 마치 어머니와도 같다. 내가 걷는 길에 늘 함께 있어주는 자연이 발길 닿는 곳마다 신비함과 감사함에 잠기게 한다.     

  눈이 많이 내린 겨울날에 이 숲길을 찾아온 적이 있다. 눈 수북이 쌓인 이 숲길을 걸으며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를 듣는 맛이 있다. 

안덕파워빌리지에서 완주군 구이면 항가리 반월마을로 이어지는 임도는, 겨울철 풍경이 아름다운 길이다. 모악산 자락 골짜기가 제법 깊어 멧돼지 같은 야생짐승이 나타나기도 하는 이 길은, 반월-장파길이라고 해서 모악산마실길2코스로 돼 있다. 아름다운 순례길 9코스 중 하나로 김제 원평 화율리의 수류성당에서 화율봉을 넘어 구이 쪽으로 오는 모악산 숲길 구간이기도 하다. 

 순창방면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고 가다가 항가교차로를 빠져나오면 오른쪽으로 반월마을과 마음(馬音)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 뒷산을 타고 산길로 들면 모악산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바짝 다가선다. 

 하얗게 눈이 덮인 산길을 굽이굽이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안덕파워빌리지에 닿게 되면 겨울 산수화 한 폭 같은 풍경을 만나게 된다. 나무마다 한 짐씩 눈꽃을 얹은 숲 아래 마을의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풍경은, 어린 시절 시골마을에서 보았던 그것과 흡사하다. 감나무에 하얀 눈을 얹은 감이 바짝 얼어 매달려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_김행인(金杏仁시인마실길 안내자)     

안덕파워빌리지는 대한민국 최초의 건강힐링체험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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