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강은 정읍시 내장면 내장산 까치봉 북동 골짜기 까치샘에서 발원해 부안군 동진면까지 51km를 흘러 서해로 간다. 인천강은 고창군 고수면 은사리 칠성마을 수량동 뒤 명매기 샘에서 발원해 고창 들녘을 가로질러 줄포만까지 31km를 흐른다.
이 다섯 물줄기 가운데에서도 섬진강길은 가히 자연의 보석이라 할 만하다.
섬진강은 전라북도를 비롯해서 전남과 경남 3도에 걸쳐 있다. 모두 11개 시, 군이 섬진강 주변에 있다. 전북의 진안, 장수, 임실, 정읍, 순창, 남원, 전남 곡성까지가 상류권이고, 하류권은 전남 구례와 경남 하동, 남해다.
단군 시대에는 모래내, 백제 때는 다사강, 고려 초에는 두치강이라고 했다 한다. 지금의 섬진강 이름은 고려 말부터라고 하는데, 조선 후기 유형원의 동국여지지에는 그 이름이 ‘섬강’이라 해서 전남 구례에서 섬진 나루를 지나 광양만에 이르는 물줄기를 가리켰다. 그러다가 19세기 중반 이후부터는 섬진강 본류의 전 유역을 섬진강으로 부르게 됐다.
섬진강 첫 물줄기는, 금남 호남정맥의 산줄기인 팔공산(1,151m) 북쪽 1,080m 고지에서 시작한다. 발원지 데미샘이 있는 진안군 백운면 원신암마을 북동쪽 천상데미 서쪽 상초막이골 1,080m 고지는 ‘하늘로 오르는 봉우리’라는 뜻의 천상(天上)데미라고 부른다. 일명 봉황산이라고도 한다. 전라도 사투리로 ‘더미’를 뜻하는 ‘데미’는 봉우리를 의미한다. ‘데미샘’ 물은 아무리 가물어도 샘물이 그치지 않는다.
데미샘에서 발원한 물은, 진안 마령면 강정리를 지나 임실군 성수와 관촌, 신평, 운암을 거쳐 흘러 옥정호(섬진강 다목적댐)에 이른다.
3개도 11개 시. 군(전북-진안. 임실. 순창. 남원, 전남-구례. 곡성. 승주. 광양. 보성. 화순. 담양군, 경남-하동)에 걸쳐 오백 리를 넘게 흐르고 있으니 여기저기 흘러들어오는 물줄기도 많다. 임실의 오원천(烏院川), 오수천, 순창의 적성강, 경천, 남원의 요천 등 물 맑은 개울들이 모두 섬진강 물줄기이다. 정읍의 내장산 추령에서 발원해 옥정호에 합류하는 추령천도 섬진강의 한 지류다.
낙동강과 금강 유역이 옛 시절부터 줄곧 산업적 발전을 거듭한 데 비해서 대부분이 산간지대인 섬진강 유역은 그렇지를 못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 덕분에 섬진강 주변은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오염이 덜한 청정 자연지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리산 국립공원을 비롯해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자연이 살아 있고, 수많은 유적이 보전돼 있을 뿐 아니라 청정지대에서 자란 농산물들이 특산품으로 생산되고 있지 않은가.
섬진강변에는 물줄기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길도 많다. 옥정호를 시작으로 해서 산자락을 끼고 강변에 오래된 마을들이 남아 있어서 마을길과 강변, 산길을 이어가며 강물 따라 길도 흐른다.
임실 강진에서 전남 구례군 토지면까지는 88km의 섬진강 문화생태탐방로가 이어지고, 이 중 순창 향가유원지까지 40km 구간은 섬진강 문학마을길로 조성돼 있다. 전남 광양까지 이어지는 섬진강 자전거길(148km)도 나 있다. 자전거를 즐기는 '라이더'들의 대열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해마다 춘삼월이면, 이 길을 따라 나는 느릿느릿 걷고 싶다. 흐르는 강물처럼.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은 하늘로 오르는 봉우리라는 해발 1,080m 천상데미에 있다. 진안군 백운면 데미샘 자연휴양림 안쪽 골짜기를 따라 30분쯤 오르면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