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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인 Apr 22. 2021

옥정호 굽어보는 길

杏仁의 길 담화_옥정호 물안개길에서 대장금 마실길까지

 천상데미에서 북서쪽으로 흘러온 섬진강은,  정읍시와 임실군의 경계 넓은 골짜기에 이르러 큰 물을 이룬다.

임실군 강진면 용수리와 정읍시 산내면 종성리 사이 섬진강 상류 좁은 계곡에 1965년 섬진강 다목적댐을 축조하면서 조성된 인공호수 옥정호(玉井湖)다.  

   임실군 강진면 서쪽 필봉산 아래 냇물과 청웅면 모래재 아래 냇물이 강진면 갈담리 강동교에서 만나 갈담천을 이루고 다시 회진리에서 옥정호에서 흐른 물과 만나며 넓은 강을 이루고 덕치면을 지나 순창군 동계면으로 흘러간다.

 옥정호는, 정읍시 산내면과 임실군 운암면·강진면 일대 여러 산골짜기에 걸친 탓에 주변의 지명을 따 갈담 저수지라고도 했고, 운암 저수지라고도 했다.  옥정호로 부르는 연유는 섬진강댐 바로 위쪽이 옥정리(玉井里)라서다. 조선 중기에 한 스님이 이곳을 지나다가 머지않아 맑은 호수, 즉 옥정이 될 것이라고 예언해 옥정리라 했다고 한다.  

 옥정호는 임실 운암에서 정읍 산내에 걸쳐 섬진강 상류의 물을 가득 담아 동진강 유역의 평야지대에 흘려보낸다. 만수위 때 유역면적이 무려 26.51㎢에 이르는 데다 이쪽저쪽 골짜기를 채운 호수는, 하늘에서 내려다보기 전에는 호수 전체를 돌아볼 길은 없다. 호수 주변은 예나 지금이나 깊은 산골이어서 일일이 이곳저곳을 탐문하듯 찾아다녀야 한다. 그나마 전주-순창 간 국도 27호선이 2012년에 4차선 자동차 전용도로로 개통되면서  전주에서 30분 거리, 1시간 거리를 달려 옥정호 주변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옥정호 물안개길>     

(호수와 물안개가 어우러져 비경이 아름다운 옥정호 물안개길)

  

 옥정호 주변에서 단연 인기 좋은 전망대는 국사봉이다. 옥정호는 물안개가 특히 아름답다. 임실군 운암면 입석리, 호수를 내려다보는 국사봉에 올라서면 붕어 섬을 비롯해 지리산 주능선, 진안 마이산 등을 멀리 감상할 수 있어서, 운해와 물안개를 잡으려는 사진작가들이 사시사철 새벽부터 찾아온다.

 이곳 국사봉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용운리 주변 호숫가 길은, 물안개길이라고 이름 붙은 마실길이다.  임실군 운암면 마암리에서 용운리 용운마을까지 이어지는 13km 구간이다.

 물안개길은 운암면 마암리 자연산장 입구에서 출발해 층층대를 타고 육모정으로 올라간다. 평탄한 길과 대나무 숲, 층층대와 흙길을 지나고 산길과 내리막길이 이어지며 중간중간에 찻길을 거치기도 한다. 호숫가 길에 목교가 이어지고 마을 뒷산의 묘지와 마을 모정을 지나는 아름다운 호숫가의 시골마을 길이다.

 가는 길에 내마마을, 용동마을을 거치는데 용동마을 초입에는 폐교가 된 옛 용운초등학교가 폐가처럼 남아 있다.

 물안개길은 걷는 사람들이 길을 잃거나 딴 길로 새지 않도록. 곳곳에 이정표도 꼼꼼하게 세웠다. 안도현, 김용택 시인 등의 작품이나 나무 식별법, 산림 상식 따위도 안내판처럼 걸려 있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꽤 많은 배려를 한 흔적이 역력하다.     

자연생태계가 깨끗하게 보전된 호수 주변을 따라 놀고 쉬며 마음껏 자연을 즐기며 걷는 길이다.

<대장금 마실길>     

(대장금 마실길은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있다)

옥정호 북쪽인 국사봉과 물안개길과 조금 떨어져 호수 남서쪽에는 대장금 마실길이 있다.  조선 중종(中宗) 때 의녀 대장금의 고향이라고 하는 정읍시 산내면 장금리와 종성리 일대다.

국사봉 쪽에서 대장금 마실길을 찾아가려면 당분간 호수를 산 너머에 두고 적어도 30분은 달려야 한다.  강진면 소재지로 해서 섬진강댐을 거쳐서 가면 승용차로 30분 거리다. 욕심을 부려 호수의 풍광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려 욕심을 부린다면, 산외면 종산리 쪽으로 해서 산내면 소재지를 거쳐 산 넘어 넘어 가는 길도 있다.  승용차로 40분 거리다.


 대장금길은 넓은 호수와 주변 산이 어우러져 철 따라 색다른 정취를 선사하며 특히 겨울철 설경이 아름답다. 옥정호를 중심으로 구한말 의병장군인 임병찬 창의 유적지, 옥정호 구절초 테마공원 등과 연계돼 있어 사시사철 언제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대장금 마실길은 총 5개 코스 21.79km로 나 있는데, 이 중 1,2,3코스는 출발지로 다시 돌아오는 황토마을 순환구간이다.

 1코스는 시원한 나무 그늘과 함께 향토마을을 가로질러 가는 길로 마실길 최고의 풍경인 옥정호를 마음껏 즐기며 걸을 수 있다. 마을을 질러 걷다 만나는 난국정은 나그네들이 잠시 쉬어 가기 좋은 장소다. 여기 앉아서 푸른 옥정호를 굽어보노라면 아름다운 산골의 정취가 그윽하다.

 난국정에서 장금산 쪽으로 가다 보면 대장금 약수터가 나그네를 반겨준다. 황토마을을 지나는 길은 포장도로여서 난국정 부근까지 차가 들어갈 수 있고, 안내판이 곳곳에 잘 만들어져 있어 처음 걷는 이들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길이 잘 정비돼 걷기 편하며 시원한 우거진 숲 속 길에서 삼림욕을 즐기듯 산책할 수 있다. 걷는 길마다 정읍의 명물인 단풍나무도 볼 수 있고, 들꽃들이 피어나면 향기롭기까지 하다.

 4, 5코스는 종성리 둘레를 도는 길이다. 구불구불 오르막길로 시작되는 길을  한 발짝씩 오를 때마다 옥정호의 풍경이 시원하게 다가온다. 체험마을이 있는 산호수 마을과 임병찬 창의 유적지가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4코스는 황토마을에서 임병찬 창의 유적지까지, 5코스는 임병찬 창의 유적지를 출발해 구장금교까지 걷는 길이다.

 (대장금 마실길에서 본 옥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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