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엄마와 떨어져 앉아 있다(6)

잘 지내고 있습니다

by 한공기

약을 먹는다.

전생체험을 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뱉은 말들을 후회한다.

아빠는 밥 말고는 모든걸 하는 사람인데 나는 왜 단점 하나를 잡아 계속 꼬투리를 잡았을까.

여자문제도 없었고 항상 일을 하고 여유롭고 스스로 꿈을 갖고 항상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유머러스한 아빠

나는 떨어져산 지 6년째 이제야 아빠를 거리감을 두고 바라본다.


가족들에게 자아를 의탁했던 엄마. 가족들이 문을 닫고 방에 들어가면 내가 집귀신이냐며 화냈던 엄마.

가슴에 얼굴을 묻고 파고들면 모든게 완전하다는 느낌이 들고 행복하다고했었다. 나에게 계속 같이살자고 했던 엄마. 나는 옆집까지만 가능하다고 했다. 엄마는 이제 같이사는건 바라지 않고 돈이나 보내달란다.

통 자기얘기를 하지 않는 딸이 궁금해 내 일기를 몰래 읽었던 엄마. 내가 왕따당하는지 궁금해했던 엄마.

나도 엄마 일기를 읽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엄마의 우울과 걱정을 알게 되는게 난 두려웠다.

이렇게 이 집에서 내 인생이 끝일까봐 걱정이라고 했던 엄마. 나에게 말하지 않았던 우울을 언니에게 털어놓은 엄마. 항상 내 일이라면 발벗고 걱정해주는 엄마. 먹고싶은걸 물어봐주는 엄마.

그게 때때로 버겁고 부담스럽고 나를 공격하는것처럼 느껴졌던 딸.


자식과 부모는 뭘까. 어떤 자식도 어떤 부모도 완벽하지 않다. 아빠는 내가 어릴때 사회성이 너무 없다며 언제 사람구실할지 걱정했다고 한다. 한참뒤에야 말해서 그런생각하는지도 몰랐다. 나는 자식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완벽과 행복을 바란다.


여전히 나는 아이를 갖고싶지않다.

언니가 아이를 가져서 다행이다. 내가 줄 수 없는 기쁨을 주려고 해서.


하지만 아이는 또 다른 고통을 줄지도 모른다. 나는 그 아이가 부모님께 줄 고통을 걱정한다. 부모님이 느낄 책임과 속박을 걱정한다.


전기장판 속에서 담배를 피우며 내 속에 아직 아기집이 건강하게 있을지 생각해 본다.


남편이 있다면 우리 아빠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산처럼 우뚝하고 느긋하고 깊고 고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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