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빚기2

며칠 간의 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일주일도 되지 않아 남은 만두피가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추석 때 만든 만두의 피가 한 묶음과 조금 더 남았는데, 가져가라 한 것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일로 친정을 다녀온 언니로부터 다른 많은 채소와 만두피는 함께 온 것이다. 얇은 만두피는 나름대로 수제비를 해도 좋다. 친정에서는 김치를 섞은 만두를 했으니 이번엔 고기 만두를 만들어 볼까나.

또 재료를 사러 시장엘 갔다. 다진 고기 두 근과 단무지를 샀다. 다른 재료로 할 부추와 양파는 집에 있으니 간단하게 사서 들어왔다. 단무지를 의아해할 분들을 위해 언급하자면 남편의 선택이었다. 다음에 할 때는 꼭 단무지를 넣어서 해달라고. 아삭거리는 식감이 좋아서라고 하는데 고기만두를 하려는데도 꼭 넣어야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래도 넣어달란다. 요리를 그래도 많이 해 본 나로서는 아직도 의아하다. 차라리 김치를 넣었던 그 만두에 넣었다면 잘 어우러졌을지 모르겠다.

만두를 빚을 때 하이라이트는 다 함께 둘러앉아 빚는 상황이다. 같이 앉아서 만들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좋은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홀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추를 한 움큼 씻어 건져놓고, 다진 고기에 소금, 후추, 마늘, 파를 넣고 간을 맞춘다. 맛술을 넣어 비린내를 제거해 부추를 총총 썰어 넣는다. 남편은 휴일이지만 출근하고, 아이들은 각자의 방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텔레비전 앞으로 자리를 마련해 빈 쟁반 두 개와 만두소가 그릇과 숟가락 하나, 만두피를 들고 나른다. 물그릇도 있어야지.

지난 추석 때와는 매우 조촐하다. 양이 많지도 않고, 피는 한 묶음 정도니 금방 끝날 것 같기도 하다. 만드는 일이 어렵지는 않다. 만두피 가장자리에 물을 찍어 바르고 속을 가운데 넣고 입을 봉한다. 반달 모양의 만두 양쪽 끝에 물을 바른 후 사람 머리처럼 동그랗게 만들어 쟁반에 놓는다. 혼자 심심했는데, 어떻게 알고 나오는지 딸이 고맙다. 손을 씻고 와서 조용히 만두 빚기에 동참한다.

집 근처 만두전골 집이 유명하다. 오늘 저녁 메뉴는 그걸로 할까. 딸과 메뉴 이야기를 나눈다. 손은 만두 만드는 데 여념이 없다. 내 만두는 동그랗고 딸의 만두는 길쭉하다. 똑같이 생긴 만두피에 다른 만두가 쌍으로 태어난다. 엄마가 만두를 그렇게 이쁘게 빚으니 나처럼 이쁜 딸이 나왔지, 라며 딸은 헤헤 웃는다. 오빠 둘이 있어 털털하기만 한 줄 알았던 딸의 애교다. 난 참 복도 많다. 착한 남편에 멋진 두 아들에, 이렇게 애교도 많고 착한 딸이 있으니.

딸은 정말 친구 같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딸은 나와 함께 가끔 뮤지컬을 보러 가기도 한다. 뜨악한 가격에 속으로는 놀라지만, 딸을 위해 기꺼이 예약 버튼을 누른다. 미술학원을 5년 정도 배운 덕인지 색감이 좋은 딸은 학교 미술 시간에도 선생님의 보조를 자처한단다.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 딸은 만두를 모두 만들고 나서도 자기만의 쿠키를 만든다. 나보다도 좋은 실력자이고 능력자로 성장하고 있다.

열여섯의 나보다도 멋진 인생 설계를 하는 딸을 응원하며 만두를 마저 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