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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그리hangree Sep 26. 2023

안데스 댁

<달팽이>로 유명한 손광성 수필가의 《달팽이》 수필집에는 안데스 댁이 나온다. 안데스 댁과 나는 잘 맞는다. 그렇게 잘 숨는다. 자신감이 없는 모습이 꼭 나를 닮았다. 그래서일까. 어려서부터 많이도 먹었다. 여름의 대표 작물인 감자다.

수필 <감자 타령>에는 감자 요리가 많이 있다. 찐 감자, 감자면, 감자탕, 감자튀김, 감자전, 감자떡 등이다. 내 어린 시절만 보더라도 감자를 수확하는 6월이면 간식으로 찐 감자를 먹곤 했다. 시골살이의 대표적인 구황작물로 수확의 계절이 오기 전에 허기를 달래주는 감자는 꼭 필요한 식재료다. 강원도 쪽에도 감자가 유명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내가 태어난 강화도는 섬으로 알고 있지만, 바다를 거의 보지 못한 채 산속에서만 살았던 나로서는 강원도 같은 느낌으로 감자를 많이 캐고 많이 먹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자 음식은 감자조림이다. 깍두기 모양으로 썬 감자를 물에 푹 익힌 다음에 간장과 깨 등으로 양념하면 완성이다. 감자볶음보다 푹 익은 상태의 감자를 맛볼 수 있다. 때에 따라 조림에 꽈리고추를 마지막 즈음에 넣으면 아삭이는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 색다른 요리가 된다. 여름의 대표음식이랄까.

그런데 얼마 전부터 맛을 들인 감자 요리가 있다. 바로 감자전이다. 감자를 강판에 갈아 소금간만 조금 해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동그랗게 부쳐 놓는다. 어렵지 않지만 강판으로 감자를 갈아야 하고 감자의 전분만으로 전을 만들어야 하니 부서질까 우려도 생긴다. 그게 걱정이라면 부침가루를 조금 넣어서 같이 부치면 좋다. 감자만으로 이렇게 맛있는 전을 만드는 게 신기할 정도다. 왜 이런 맛을 모르고 살았나 싶기도 하다.

tvN 프로그램 중에 개그맨 이수근의 ‘이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감자밭을 전경으로 신서유기에서 파생되어 새로운 콘셉트로 만들었다. 한여름 주위의 감자밭이 모티브라 감자전을 직접 먹을 수 있게 코너에 마련해두었다. 물론 주메뉴는 감자밥이나 감자 짜글이 등을 직접 요리해서 시청자 손님에게 대접한다. 감자전을 만드는 걸 보면 정말 맛있어 보이고, 주변의 환경이 맛이 없을 수 없게 한다. 특색있는 이벤트 같은 프로그램에 신청하려면 열정적으로 클릭을 했었어야 할거다. 특히 코로나라는 특이한 시점에서 방송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넓은 평상으로 몇 팀만 골라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더 어려웠을지 모르겠다.

안데스가 원산지인 감자를 작가님은 안데스 댁이라고 불렀다. 참 정감 있는 느낌이다. 수줍고 부끄럽다는 느낌으로 감자는 흙 속에 감춰져 있다고 했다. 나는 강화 댁이라고 불렸다. 나 역시도 수줍은 채 시댁으로 가서 조용히 있다가 오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자는 햇빛을 닿으면 파랗게 변하고 초록 싹이 난다. 착한 사람이 열받으면 화를 내는 모습이 꼭 그렇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독까지 생긴다. 조용하고 얌전한 사람이 한번 화를 내면 그렇게 크게 화를 내곤 한다. 나 역시도 조용한 성격이고 다른 사람이 인정할 정도로 차분하지만, 참다가 지쳐서일까. 가끔 한 번 화를 내면 내 눈치를 본다. 얼마나 무섭고 삭풍이 부는지 주변의 온도가 내려갈 지경이다. 착하다고 계속 놀리면 안되는 이유다.

안데스 댁과 나는 참 닮았다. 순박하지만, 그렇다고 그리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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