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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gryJohn Jun 06. 2019

여섯 번째 생각: "헬조선" "헬조선" 하지 마라!

"미세먼지가 심해서 마스크를 안 끼면 야외활동이 힘들어요!" "다들 경력직만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로 가서 경력을 쌓나 어?" "치안이 너무 허접해요" "안전불감증 나라" 등등 한국 사람들이 자주 하는 단골 멘트다. 이젠 하도 들어서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 모든 나라 사람들은 제 각각 이유로 자기네들 나라의 단점들을 입에 달고 산다. 절대 한국사람들만의 특징은 아니다. 미국 사람들은 총기 난사, 이민법, 그리고 건강보험에 대한 불평, 의견을 입에 달고 산다. 독일 사람들은 절약, 효율성, 지켜야 할 규칙에 대해 하루 종일 떠들어댄다. 그 밖에 여러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각기 자기 나라에 대해 불평을 쏟아낸다. 헬조선! 헬조선! 한국사람들의 단골 멘트다. 뭐가 그렇게 지옥 같은지 뭐가 그렇게 불평스러운지 오늘따라 유난히 신경이 쓰여 몇 자 적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불과 며칠 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다누베를 항해(?)하는 유람선 한 척이 다른 배와 충돌 후 뒤집어졌다. 그 결과 최소 7명의 사상자와 그 외 몇십 명의 사람들이 실종됐다. 모두들 한국사람들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궂은 날씨로 인한 비바람을 동반한 거친 파도. 구명조끼의 부재. 이로 인해 굳이 죽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죽었다. 2014년 세월호의 아픔과 분노가 다시 찾아온듯한 느낌을 준다. 세월호가 발발한 후 대부분 한국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나라가 아니다" "헬조선이다" "다른 나라로 당장 이민 가겠다" 물론 대부분 사람들이 한 말들 다 맞다. 하지만 내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은 "한국만 헬조선이 아니다!" 한국사람들이 대부분 생각하는 "선진국"이라는 나라들 대부분 한국이랑 비슷하다. 헝가리 포함 대부분 유럽 국가들 안전의식에 대해서 완전 꽝이다. 한국만큼이나 안전에 대해 쉬쉬한다. 독일도 그렇고 영국도 그렇다. 


독일에서 유학할 때 있었던 일화다. 그 당시 독일인 여자 친구와 야외수영장을 가게 되었다. 같이 수영을 하다가 내 여자 친구가 물안경을 물속에 빠뜨렸다. 물이 상당이 깊었다. 한 4-5미터 정도는 되었던 거 같다. 여하튼 물도 깊고 나도 여자 친구도 수영을 아주 잘하는 편이 아니라 주위에서 얼쩡 거리고 있는 안전요원에게 물안경 좀 꺼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의 대답은 어이의 상실을 불러왔다. "저기 있는 다른 안전요원에게 부탁해봐. 아마 해줄 거야." 오케이하고 말한 그 안전요원에게 다가가 똑같이 부탁을 했다. 그의 대답도 또 다른 어이의 상실을 가져왔다. "저쪽에 있는 안전요원한테 가봐. 아마 해줄걸." 화가 치밀어서 그냥 됐다고 했다. 결국 안전요원 중 한 명이 수영하는 한 시민에게 부탁해 그 시민이 몇 차례 시도 후 결국 내 여자 친구의 물안경을 구조해 주었다. 물론 사람이 빠진 건 아니지만 나름 사람이 간절히 부탁하고 또 물에 뭔가 빠져서 구조요청을 하는데 마치 자기일 아니니깐 귀찮게 하지 말라라는 아우라를 풍기면서 굳이 그렇게 했어야 했나 싶다. 과연 사람이 빠지면 구하기나 할는지. 아마 옆에 있는 튜브 쪼가리나 던져줄게 분명하다. 지긋지긋한 독일넘들.


내가 경험한 나라들 중에 그나마 미국과 일본이 안전과 치안의 중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인지하고 실행하고 있는 듯하다. 그 외에 내가 가본 23 정도의 나라들은 적어도 안전에 대해선 "헬"이다. "헬조선"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모든 나라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너무 단점만 보면서 그 나라를 헐뜯는 행위 결코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도 한국에서 살아볼 만큼 살았고 장점, 단점이 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장점만 보면 또 장점만 보이는 게 사람의 뇌다. 너무 "헬조선!" "헬조선!" 하지 마라 진정으로 "헬"이 뭔지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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