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푸른 석양 1
그는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빵을 굽고 햄을 타지 않게 구웠다. 치즈를 준비하고, 야채와 과일 몇 가지를 준비했다. 아침부터 너무 과한 식단은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었으므로, 그는 준비된 재료들로 한 사람 앞에 꼭 하나씩의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잼을 살짝 바르고, 소스를 넣었다. 소스를 싫어하는 아이를 위해서 잼을 조금 더 발랐다. 과일을 먹기 좋게 잘라 식탁 위에 놓고, 계란을 꺼냈다. 가볍게 계란을 젓고 프라이팬에 올렸다. 나무젓가락을 젓자 부드럽게 계란 요리가 완성되었다. 이제 식탁은 거의 완성되었고, 그는 원두를 꺼내 갈았다. 아이를 위해서는 우유를 준비하고, 아내를 위해서는 원두를 갈았다.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원두가 갈리고 원두의 향이 느껴졌다. 여과지를 준비하고 아주 천천히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아내와 아이의 방문은 닫혀 있었다. 아이의 방문을 열자 아이는 엎드려서 잠들어 있었다. 병기는 웃으며, 아이가 덮은 이불을 끌어내렸다. 그러자 아이는 꿈틀 몸을 움직였다. 이제 아이가 일어나 밖으로 나올 것이었다. 안방의 문을 열자 아내는 몸을 벽으로 향하고 잠들어 있었다. 아내 곁으로 가서 앉자 침대가 천천히 흔들렸다. 침대의 흔들거림이 서서히 그리고 힘겹게 퍼져 가나고, 병기는 아내의 어깨를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그리고 아내가 서서히 몸을 돌릴 때,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그는 몸을 돌리고 있는 아내를 두고 일어섰다. 그리고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누군가가 문틈으로 손을 넣고 문을 당겼다. 그는 본능적으로 문이 열리지 않게 하기 위해 문을 다시 당겼다. 문을 열고자 하는 이와 문을 닫고자 하는 이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퍼졌다. 문틈으로 그가 보였다. 그는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었지만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그것은 아주 오래된 광석처럼 검은색이었고, 이따금 반짝이는 사금 같은 빛을 보이고 있었다. 저리 꺼져! 오지 마! 우리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어서 꺼져! 그것은 안으로 들어오려고 시도하면서도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것 같았다. 소리가 머릿속을 울릴수록 그의 팔에 힘이 빠져나고 있었고, 그럴수록 그는 고개를 흔들며 그 소리에 저항하려고 애썼다. 그는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며 큰소리로 아내와 아이를 불렀다. 아니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아내와 아이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눈을 떴다.
눈을 뜨자 완전한 어둠에 둘러싸여 있었다. 정신을 잃은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시간을 참고로 하면 몇 분 정도 정신을 잃은 것 같았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해가 완전히 진 모양이었다. 아직은 아주 많이 내려오지 않았고, 모래바람도 세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올라가서 차량으로 피한다면 아무 일 없이 기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었다. 뒤를 돌아볼 수는 없었다. 그가 착용하고 있는 활동복은 우주복을 기반으로 제작된 것이었기 때문에 가볍기는 해도 헬멧과 몸체가 완전히 밀착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그래서 상체를 돌리지 않으면 뒤를 볼 수가 없었고, 그는 공중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에 상체를 돌릴 수가 없었다. 다시 말하면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가 그를 공격한다 할지라도 그는 아무런 대비를 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외계 문명이나 생명체를 고려한 지점부터 무엇인가로부터 공격받을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들 중 아무도 그것을 언급하거나 고려하지 않았다. 사실 그들이 들어간 이 검은 공간은 어떤 알 수 없는 지점으로 그들을 이끌지도 모를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가족을 혹은 다른 것들을 생각하느라 아주 기본적인 위협에 대한 인지를 하지 못했다. 병기는 꿈속에서 본 그것을 떠올렸다. 손가락은 세 개였고,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무생물의 모습을 한, 그것을. 그리고 그것의 목소리가 아니, 소리가 다시 머릿속을 울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점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답답했고,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얼굴을 닦아내려 했다. 하지만 그는 상당한 두께의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고, 헬멧의 유리도 그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땀이 얼굴을 따라 흘러내렸지만 그것을 막을 어떤 방법도 없었다. 그는 완전한 어둠 속에 오로지 혼자 존재하고 있었다. 혹은 미지의 어떤 것과 함께. 두려움이 등을 거쳐 점차 목덜미로 올라오고 있었다. 병기는 몸을 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의 몸은 아무 의미 없이 흔들릴 뿐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눈앞에 환하게 밝아졌다.
어깨 위에 설치되어있던 렌턴이 자동으로 점등했다. 그리고 그의 정면을 비추기 시작했다. 정면은 붉은 화성의 토질과 지질 상태가 그대로 보일 정도로 깔끔하게 절단되어 있었다. 손으로 만지자 어떤 마찰력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끈함이 느껴졌다. 아주 커다란 원형 유리관으로 사방을 씌운 것처럼 지질상태는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직접 접촉할 수도 없었다. 샘플을 채취해야 한다는 생각에 표면을 긁어 내렸지만 아무것도 긁히지 않았다. 장비보다 더 높은 경도를 가진 물질로 코팅된 것 같은 상황이었다. 문득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보았다. 지금이라면 다시 올라가서 복귀할 수 있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돌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포감에 온통 잠식되기 직전, 병기는 정신을 잃었을 때 꾸었던 꿈을 생각했다. 엎드려 잠들어 있었던 아이와, 몸을 돌리고 잠들어 있었던 아내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아이와 아내의 얼굴을 떠올렸다. 흐릿한, 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진은 안쪽 주머니에 들어있었다. 병기는 가뿐 호흡을 애써 조절했다. 숨을 천천히 쉬면서 서서히 버튼을 조작했다. 장비와 연결된 줄이 서서히 풀려 나가기 시작하고 오로지 렌턴 불빛에 의지한 채 그의 몸이 아래로 하강해갔다. 그의 등 뒤에 있을지 모를 '그것'에 대한 공포심을 싣고.
그리고 그가 가진 줄을 모두 사용했을 때에도 구덩이는 끝나지 않았다. 렌턴이 불빛이 깜빡이더니 꺼졌다. 활동복 배터리는 아직 충분했고, 다음 순간 병기의 몸은 사라졌다. 마치 어둠에 먹힌 듯. 로프의 줄만이 남아있었다. 무엇인가로 녹인 듯한 깨끗한 단면만을 남긴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