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녁때 인형 속옷을 만들었다.
내가 인형 속옷을 만들다니.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했다.
유야, 무엇인가 만드는 일은 참 좋은 것 같아.
그래서 가끔은 유야가 씻으러 오라는 소리도 못 듣고, 숙제하라는 소리도 못 들은 척하며 자기만의 만들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잔소리하고 싶지 않을 때가 많단다. 물론 결국 잔소리 해 버릴 때가 더 많지만 말이야.
아빠도 무엇인가 만드는 일이 좋고 보람된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너희들 식사를 준비하면 서였어.
처음 아빠가 국을 끓이기 시작한 것은 유야 엄마가 뱃속의 아기를 하늘나라로 보낸 해였어. 엄마를 업고 병원에서부터 집까지 멀지 않은 길을 걸어 올라왔는데, 엄마는 마취가 덜 깨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마음이 아파서 그랬는지 몸도 마음도 자꾸 흘러내리더라. 애써 집에 도착했는데, 엄마를 침대에 눕히고 나자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어.
문득 아기를 낳고 나면 미역국을 먹어야 한다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생각났고, 부랴부랴 장을 보러 다녀왔지. 미역을 물에 불리고 고기를 볶아서 국을 끓였는데, 미역이 너무 많았던 거야. 별로 안 많다고 생각했던 미역이 물에 끓는 동안 퉁퉁 불어서 미역 찜처럼 냄비에 가득찼는데, 그 많은 미역을 걷어내고 저 아래 있는 국물을 꺼내 엄마에게 먹인 후, 엄마가 잠든 방문을 닫고 아까 걷어낸 미역을 들고 앉았지. 국물은 없이 수북한 미역을 입에 꾸역꾸역 넣는데 미역이 너무 많아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목이 막히고 미역이 잘 넘어가지 않더라. 그래서 결국 그 많은 미역을 다 버렸어.
그 뒤로도 미역국을 끓일 일이 또 있었고, 그렇게 미역국이 익숙해지자 너무 끓이기가 싫더라. 유야가 올 때까지 아기 하나가 더 하늘나라로 갔고 아빠의 미역국 끓이는 솜씨는 날로 좋아졌지.
지금은 괜찮아 우리 귀여운 딸과 아들이 아빠의 미역국을 아주 맛있게 먹어주고 있잖아.
오늘 아침에도 유야 동생이 미역국이 먹고 싶다고 하더라. 짜장밥이 담긴 그릇을 들고 있을 때였는데, 이상하게 미역국이 먹고 싶다는 말에 가슴이 찡해지더라고.
그래서 아빠는 요새 식사 준비하는 게 좋아. 어제 먹은 파스타도 면을 너무 많이 삶기는 했지만, 너희 것과 아빠 것을 두 번 조리해야 했지만 유야가 포크를 들고 후루룩 소리를 내며 '천국의 맛'이라고 해줄 때 너무 기분이 좋거든. 너희가 행복하게 먹어줘서, 아빠는 늘 행복해.
오늘은 아빠 월급날이고, 어제 유야 동생이 고기가 먹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아마 고기를 구울 것 같아. 고기가 구워지고 밥이 되는 동안 아빠는 식초에 상추를 씻고 고기를 예쁘게 담겠지. 유야는 젓가락으로 예쁘게 늘 아빠가 꿈꾸던 딸의 모습으로 식사를 할 테고, 동생은 늘 그렇듯이 맨 손으로 고기를 들고 찢어 먹겠지. 식사를 마치고 나면 식탁은 기름 천지이고 동생의 두 손을 정말 깨끗하게 씻겨야 할 테지만 아빠는 괜찮아. 너희가 배부르고 기분 좋게 거실을 온통 굴러다니는 것도, 다시 간식을 찾아 냉장고를 열고 닫는 것도, 유야 동생이 설거지 하는 아빠에게 쳐들어와 장난을 치고 싶어 하는 것도 아빠에게는 너무 행복한 장면이거든.
아직도 아빠는 아주 가끔 혼자 대접 가득 수북한 미역을 먹던 때가 생각나. 텔레비전에는 예능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는데 집안은 조용하고 거실에 불을 켜 두고 있었는데도 어두운 것처럼 느껴졌거든.
하지만 지금은 집안에 불을 켜지 않아도 늘 집이 밝은 것처럼 느껴져. 집안은 조용할 때가 없고 이른 아침부터 해가 다진 저녁까지 아이들 뛰어다니는 소리로 가득하거든. 너희 둘이 말다툼하는 소리도, 엄마의 잔소리도 아빠에게는 즐거운 소리로 들린단다.
아빠가 미역국을 끓이는 일이 즐겁게 해 줘서 고마워.
늘 행복한 노래를 불러주고, 아빠가 해 주는 옛날이야기를 즐겁게 들어줘서 고마워.
무엇보다 행복하게 무엇인가를 만들고, 행복하게 웃어줘서 늘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