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명사]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거나 돌아감.
소망[명사] 어떤 일을 바람. 또는 그 바라는 것.
아내가 문득 그런 말을 한다. 연애하던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아마 우리가 만나기 전 아내는 모든 젊은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더 높은 이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누구나 그런 것처럼 막연하게나마 그런 삶이 그런 소망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을 것이다. 사실 딱히 큰 이상이 없이 반백수처럼 살았던 나의 젊은 시절과 비교하면 아내는 훨씬 정확한 목표를 지니고 있었고, 그에 대해 성실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중년에 접어드는 지금 그 상실감이 나에 비해 훨씬 큰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해보면 일하던 아내는 늘 나보다 더 부지런했다. 적어도 일하는 데만큼은. 늘 꼼꼼하게 준비하고 대비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진지하게 임했다. 그리고 결과를 기대하고 결과에 실망하거나 환호했다. 늘 아내의 반응은 솔직했고, 순수했다. 슬픔도 기쁨도 실망도 기대도 아내의 얼굴에는 늘 그대로 드러났고, 작은 것에도 크게 기뻐하는 모습도 그대로였다. 주변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서도 늘 함께 기뻐하고 슬퍼했고, 그래서 그런 모습이 늘 새롭게 느껴졌다.
나는 늘 업무의 가운데 위치하고 있었지만, 늘 약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에 어느 정도의 기쁨과 어느 정도의 유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내처럼 그렇게 진심으로 감정을 공유하기는 어려웠다. 그들과 친하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늘 그랬다. 한 번씩 찾아오는 어머니의 긴 넋두리에도, 사춘기에 찾아오는 감정의 기복에도, 누구나 겪는 이별에도, 삶의 어려움에도. 늘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곤 했었다. 그러면 큰 슬픔이나 실망은 찾아오지 않았다. 물론 큰 기쁨도 없었다.
사소한 일에도 진심으로 반응하는 아내의 모습은 내게는 상당히 큰 충격이었다. 젊은 이의 쓸데없는 꾸밈을 껍데기를 덜어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보아도 아직 내게는 젊고 어리고 그래서 어리석은 청년의 치기 같은 것이 충분히 남아있었다. 아내와 비교하면 그랬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했던 서울 시내 곳곳에서, 종로의 그 전통찻집에서, 영화를 보러 가는 길 위에서, 남산에서, 아내의 집 앞에서, 우리 집 앞에서 그리고 아내의 손을 잡고 그 어리석은 껍질을 덜어내고 또 덜어냈다. 사실 아내와 데이트하던 그 시절 나는 다시 태어났다.
아내는 모르고 있을 터이지만.
그래서 나는 아내만큼 그리고 이 이상으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온전히 둘이 얼굴을 마주 보고 식사하던 그 시간으로, 하루를 함께 보내고 밤에 또 통화를 하고 잠들면서 다시 보고 싶어 하던 그 시절로, 커피를 마시며 중요한 혹은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아주 긴 시간 동안 나누고도 다시 부족해하던 그 시절로.
그때 우리는 지금보다 날씬했고, 손과 발에 굳은살이 덜했으며, 손을 많이 잡고 다녔고, 서로를 보며 실없이 웃고 별일이 없을 때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곤 했었다. 조금 덜 피로하고 조금 더 생기가 있는 모습으로 서로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그래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그냥 웃고 넘어갔지만 아내는 모르고 있을 것이다. 나도 아내만큼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