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의 꿈

소설

by 지승유 아빠

과자 대신 작은 돌들을 집어던졌는데도 비둘기들은 멀리 가지 않고 근처를 맴도는 것이 철이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를 쓰고 바닥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려고 하는 모습과 그런 비둘기에게 계속 무엇인가를 던져 주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 주위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그들의 엄마들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라니. 저 탐욕스러운 눈빛과 거친 날갯짓과 염치를 모르는 부리를 보고도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니. 아까부터 뱃속 깊은 곳에서 돌 덩어리 하나가 굴러다니는 듯한 느낌이었다. 미세먼지는 일주일 전부터 높음이었는데, 일주일이 지나는 동안 마침내 매우 높음이 되었고, 사람들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먹이를 노리는 비둘기의 마른 날개 소리가, 그 생존본능이 이상하게도 몹시도 거북하게 느껴졌다. 그렇게까지 기를 쓰고, 자존심도 없이 먹고살아야 하는지.

철이는 올 해만 일곱번째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집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공원에 앉아 있었다. 일곱 번째 직장을 그만두고 여덟 번째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 것을 아내가 안다면 아마도 늘 퍼붓는 폭언이 몇 배가 증폭되어 내리지 않을까.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집을 나가지 않을까. 그럼 오늘이라도 아내에게 그런 말을 해 볼까. 철이는 지난주에 그만둔 직장의 사람들이 저 비둘기 같다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상냥하고 성실해 보이지만 탐욕스럽게 생존본능을 추구하는 머저리들. 폭언도, 폭행도 묵묵히 견디며 고개 숙이고 일만 하는 비둘기들. 생존본능으로 똘똘 뭉친. 철이는 그곳에서 자재를 나르는 일을 했다. 그는 대학교는 졸업했지만, 자격증 하나 없었고, 늘 영어를 멀리했으며 사람을 멀리했다. 그는 사람들을 만나길 거부하고 혼자 있었는데, 공책 몇 권이나 시를 적었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았고 그의 시는 고등학교 그 시절에 늘 머물러 있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를 썼는데, 아이들이 놀릴까 봐 몹시 조심했지만 실상 아무도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 사실 교실에 있는 아이들 중에는 그가 같은 반에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었고, 그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지각도 하지 않고 사고도 없었기 때문에 가끔 담임교사조차 그를 잊을 때가 있었다. 그의 시는 늘 사랑과 사람을, 우정과 평화를 주로 말하고 있었는데, 이따금 다가오는 친구들을 그는 멀리했다. 그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척했지만 사실 누구보다 관심받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는 겁이 너무 많아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싫었다. 아니 사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조차 두려웠다. 그래서 그의 아내가 그에게 다가왔을 때, 쉬지 않고 그에게 말을 건네었을 때 그는 귀찮아했지만 사실 부끄럽고 좋았다.

철이는 바다의 꿈을 꾸었다. 해질 무렵이었는데 아내와 바다를 걷고 있었다. 허리가 아파서 이른 퇴근을 하고 집에 왔는데 아내는 이미 바다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동해에 왔는데, 서해에 가서 아내는 너무 많이 실망을 해서 그랬다. 철이는 아내에게 허리가 아프다고 했지만 사실 그의 허리는 출근해서만 늘 아팠다. 아픈 척하는 게 아니라 실제 아팠다. 무거운 자재가 어깨를 누르기도 전에 그의 허리는 늘 미리 아팠다. 통증은 저 안에서 밀려왔는데 멀리서 파도가 밀려오는 것처럼 그랬다. 그는 하루 종일 신음소리를 내면서 일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낄 만큼 그랬다. 금요일 오후에 그의 신음소리는 지나치게 커져 있었고, 실제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집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이런 병은 오랜 것으로,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는 곳에서도 그랬다. 하루 종일 같은 동작만 반복하는 곳이었는데, 반나절이 지나고 나면 그의 손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려서 동료들은 그의 손가락을 지켜주기 위해 그를 집으로 보냈고, 그는 자신의 손을 지키기 위해 일주일 만에 퇴사했다. 빵을 만드는 제과회사에 취직해서도 그랬다. 그는 아침부터 양배추를 날랐는데, 양배추 냄새만 맡으면 구역질을 했다. 입사한 지 삼일만에 그는 임산부처럼 입덧을 시작했는데 하루 종일 위가 떨려서 점심도 먹을 수가 없었고, 병원에 가도 원인을 찾을 수가 없이 위장약만 헛되게 받아오곤 했다. 결국 그는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하지만 아내와 함께 바다로 가는 그 금요일 오후에 철이는 허리가 아프지 않았다. 아내는 쉴 사이 없이 종알대었는데 그런 아내의 수다가 예뻐 보일 정도로 갑자기 컨디션이 좋아졌다. 다행하게도 해가 지기 전에 바다에 도착한 부부는 멀리 바다를 산책했는데, 멀리까지 걸어도 다리가 아파지지 않았고, 아내의 목소리를 오래 듣고 있어도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아내가 바다에 발을 담그러 갔을 때, 철이는 품에서 담배를 꺼냈는데, 담배에 불이 붙지 않았다. 담배 끝에 불이 붙지 않고 연신 재가 되어 떨어졌는데, 한 갑을 모두 재로 만들고 나서야 고개를 들어 아내를 볼 수 있었다. 아내는 허리까지 바다에 들어가 있었는데, 철이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고, 자꾸 바다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철이가 바다를 향해 걸어도 바다에 닿을 수가 없었다. 아내는 결국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다에 잠겨 사라졌고, 철이는 잠에서 깨었다.

철이가 공원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차에서 잠에 깬 순간, 아내는 잠이 들고 있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고 아내는 오후 근무였다. 아내는 오후에 출근해서 열 시까지 계산을 해야 했는데 반나절을 서서 일해도 다리가 아프지 않았다. 단지 계산을 하느라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이 답답해서 못 견딜 뿐이었다. 아내가 철이에게 말을 건 것도 사실 철이가 좋아서는 아니었다. 그날은 엄마의 기일이었고, 아빠는 연락이 되지 않았는데 아무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녀는 그랬다. 쉴 사이 없이 이야기를 해야 했다. 만약 쉴 시간이 생기면 그녀는 자꾸 어디론가 잠겨가는 것 같았다. 실제 그녀는 일 년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아니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고, 그런 의미에서 철이는 아주 적합한 인물이었다. 그는 종종 근무지를 벗어나 있었고, 그녀의 말을 중단시키거나 그녀를 훈계하는 법이 없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대중없는, 때로는 이치에 벗어나는, 때로는 많이 상스러운 말들을 그는 아무런 편견 없이 들어주는 것 같았다. 사실 철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머리가 몹시 아팠다. 그래서 고개를 들 수 없었고, 중단시킬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허무와 질투를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와 같은 종류의 사람이었고, 단지 피부색이 다른 것처럼 표현이 다를 뿐이라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리고 그녀가 아무 말없이 그의 아파트로 짐을 들고 왔을 때도 그녀를 거부할 수는 없었다. 사실 그녀에게 동질감을 느꼈지만 그래서 그녀를 멀리하고 싶다는 진실을 차마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녀는 꿈에서 가자미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바다의 바닥을 훑고 다녔는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그게 좋았다. 바다는 넓었지만, 무척 넓었지만 그녀는 오직 바닥에만 서식하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두렵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철이도 아들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녀가 모래 속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도 그녀가 거기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게 좋았다. 그녀가 넓적한 지느러미를 펄럭거리면 몸이 미끄러지듯 바닥을 향해 나아가는 것도 좋았다. 그녀는 아주 멀고도 깊은 바다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 보물섬이 있는 곳까지 미끄러졌다.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아주 오래된 배로 들어갔다. 거기에 있는 아주 오래된 보물상자를 품었다. 그리고 사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철이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갑자기. 그리고 잠에서 깨어났다. 서두른다면 식사를 하고 출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철이가 세 번째인가, 네 번째 직장을 옮긴다고 이야기했을 때, 아내의 단어는 철이에게 닿아있지 않았다. 그녀의 단어는 그녀의 아버지에게 닿아 있었고,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그녀의 어머니에게 닿아 있었다. 그래서 철이는 자신의 것과 자신의 것이 아닌 비난을 정면으로 맞이해야 했다. 철이의 이해심도 그녀를 향해 있지 않았으므로, 아니 철이의 이해심은 스스로에게조차 허락된 것이 아니었으므로 철이는 그녀의 폭언을 수용하지 않았다. 아내를 만난 후 처음으로 철이는 아내의 입을 막아버렸고, 그 힘이 그녀를 해칠 만큼은 아니었으나 그녀의 마음을 해칠 만큼은 되었기 때문에 그 이후로 바닷속 깊이 잠겨 보이지 않던 그들의 관계는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었다. 그 이후로 몇 차례 이직을 하는 동안 그는 아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시간이 되면 출근했고, 시간이 되면 퇴근했다. 공원에 하루 종일 앉아 있기도 하고, 차에서 종일 잠을 자기도 하면서 그는 아무것도, 느끼는 것도 없이 몇 달의 시간을 보냈다. 생활비는 대출받았다.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대출받고, 카드에서 대출받고, 차를 담보로 대출받았다. 그리고 더 이상은 아무도 그에게 대출을 제공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네 마트에서 번개탄을 피울 도구를 빌렸다. 아이들과 고기 구워 먹는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문을 잘 닫고, 번개탄을 피웠다. 아니 피우려고 했다. 가스가 거의 남지 않은 라이터의 불길이 일어나지 않았다. 엄지손가락에서 피가 날 때까지도 라이터는 불길을 주지 않았다. 차 안에는 헛되게 마찰된 부싯돌 냄새가 퍼졌다. 번개탄 냄새와 아주 오래된 버스에서 나는 냄새와 담배냄새와 흐릿하게 바다의 냄새가 났다. 철이는 눈을 감고 시트를 뒤로 눕혔다. 그는 바다의 꿈을 꾸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장모님과 비둘기의 꿈을 꾸었다. 그리고 남아 있는 것이 아무것도 돈도, 자신도, 아내도, 시간도, 바다도 없다는 것을 문득 떠올렸다. 하지만 아내가 오후 근무인 것을 기억해냈고,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들 데리러 가야 하는 것도 생각해냈다. 그는 검은 봉투에 번개탄과 라이터를 넣고 꼭 묶었다. 그리고 아무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곳에 던져 버렸다. 그는 그의 나이만큼 오래된 그의 차에 시동을 걸고, 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차를 움직여갔다.

어쩌면 이 모든 게 꿈인지도 몰랐다. 사실 그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이름 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디에든 존재하는 생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게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는 아이를 데리러 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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