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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시나 May 05. 2024

3. 이제 나도 엄마!!

2010년 1월 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날 밤 자정을 막 넘긴 시각.

약 25시간의 긴긴 진통을 견뎌내고 난 엄마가 되었다.


처음 병실에 온 천사같은 아이는 잠시 후 무엇이 불만인지 울음을 터트렸다. 간호사 선생님이 와서 살펴보더니 아기가 배가 고파 그럴테니 우유를 20밀리리터만 타서 먹이라고 하셨다. 친정엄마의 도움으로 우유를

타주니 그 작은 몸이 먹고 살아보겠다고 꿀떡꿀떡 잘도 마셨다. 하지만 그때 뿐, 이 아이는 또 울었다. 친정엄마는 경력자의 감으로 아기가 아직 배가 안찬것 같다며 우유 20을 더 타서 먹였다.


안되는데!! 선생님이 분명 20만 먹이라고 했는데!! 이제 막 할머니가 된 나의 엄마보다 난 간호사 선생님을 더 신뢰했다. 하지만 그건 그냥 그때의 내 마음일 뿐, 막 아이를 낳고 기진맥진한 내 몸뚱아리는 말릴 기력도 없이 넋놓고 쳐다고보 있을 수 밖에... 그 이후에도 아기는 여전히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20을 더한 도합 60밀리리터의 우유를 마시고서야 세상 평화롭게 잠이 들었다. 심한 입덧으로 제대로 먹지 못한 엄마의 한을 풀듯 이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뛰어난 먹성을 자랑했다.  


몇일 후, 선배맘들이 이곳은 천국이라며 찬양해 마지않던 산후조리원에 입성했다.

하지만 초보엄마인데다 지독하게 낯을 가리던 나에게 그곳은 천국이 아닌 가시방석이었다. 우선 편안한 내 집이 아닌데다가 먼저 터를 잡은 선배맘들이 손님쳐다보듯 보는 것도 마뜩치 않았다. 이는 그들의 잘못이 아닌 새로운 상황에 예민함이 폭발한 결과리라...

또, 위 뿐만 아니라 머리크기도 남달랐던 아들을 낳느라 아직 내 몸은 통증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는데, 조금 지나면 요가 한다고 나오라고 하고, 조금 있으면 마사지, 그리고 잠시 후엔 밥을 먹어야 한단다. 그러다 다시 아기 밥 먹이란다. 왜 이렇게 바쁜건지.. 설상가상 아이에게 황달기가 나타나 몇일 인큐베이터에 들어가니 안절부절 멘붕이 오고야 말았고, 결국 일주일 만에 퇴실을 결정했다. (지나고 보니 적응하고자 한 노력없이 참지 못한 나...원망한다...ㅠ)


산후조리원 퇴실 후, 꿈에 그리던 집으로 돌아왔지만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가 울면 먹이고, 아이가 울면 재우고, 아기가 울면 기저귀 갈아주는 것이 내가 하는 모든 일이었다. 마치 로보트가 된것처럼 울음소리에 반응해 딱딱 움직여야 했다. 아기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동안, 나는 먹을 수도, 잘 수도, 잘 쌀 시간도 없었다. 정말 몇일 전 그래도 부른 배를 안고 룰루랄라 가고싶은 길 가던 나는 없어지고, 집 안에 박혀 조그마한 아이의 엄마만의 역할만 남았다.


내 아기는 너무나 예뻤지만, 그 예쁜 아이의 엄마는 여전히 많이 어설프고 어렸더랬다.  

아이가 딱 100일이 되던 날. 그 어린 엄마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기로 맘 먹었다!!!


그 시절 철없던 엄마는 벌써 사춘기를 겪고 있는 두 아이의 베테랑(?) 엄마가 되었다. 부족함이 양분이 되어준 것인지 두 아이는 너무나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회사에 복귀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뼈저리게 후회하기도 했다. 아이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줄걸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오히려 약이 되어주었다. 적은 시간이라도 질 좋은 시간을 함께하고자 노력했고, 그렇게 서로에게 애틋한 부모자식이 되었으니 말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두 아이는 (사춘기임이도 불구하고..) 방 안에서 어버이날을 맞아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며 도란도란 카네이션을 접고 있다. 이 아이들의 엄마여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뭐 한때 철이 없는 징징이 엄마였지만 그래도 육아를 무사히 견뎌내었으니 이젠 떳떳하게 엄마라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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