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우울증에 좋다는 걸 다 하고 있고 상황도 나아졌는데도 여전히 불안과 우울이 심하다.
잘 먹고 잘 자며 운동하고, 악기 배우고 약도 먹었는데도.
죽음, 사고 등등 온갖 파탄적 파국적 상상이 순식간에 몰려와 나의 몇 분씩을 빼앗아간다.
이게 1시간에 1~2번 정도다. 매일.
이 동안 일도 못하고, 이런 상상에 소진되는 감정적 에너지도 상당하다.
(비록 내가 하는 일은 잘 안 되고 있지만. 이런 증상 때문에 일을 잘 못하는 거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TMS 치료를 시도해 보려고 TMS 기계가 있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갔다.
TMS를 마지막으로 시도하게 된 건 이게 비싸서다. 회당 5~7만원.
정신과에서 의사 만나고 한 달치 약 받아도 2만원 정도인 것에 비하면 매우 비싸다.
의사를 만나 그동안의 내 우울증, 정신과 치료 이력을 말하고 TMS 치료를 받고 싶다고 했더니
의사는 무조건 TMS를 하는 게 아니라 뇌파검사를 해 보고 TMS가 효과가 있을 것 같으면 한다고 했다.
뇌파검사를 했다.
머리에 전극 달린 모자 같은 걸 쓰고 젤을 잔뜩 바르고 눈 감고 5분, 눈 뜨고 5분 있는 거였다.
머리가 젤로 엉망이 되니 뇌파검사를 받을 것 같으면 모자를 필수로 준비해야겠다.
다시 의사를 만났다.
내 뇌파사진을 기준사진과 비교해 보여주었다.
뇌파상으로는 뚜렷한 ADHD에, 어느 정도 우울 불안한 양상이라고 했다.
내가 보기에도 ADHD 사진에 훨씬 가깝게 보였다.
나의 경우 ADHD와 불안 우울 중 뭐가 먼저였을지 모르나 서로서로 영향이 있으며,
아동기에 ADHD였다가 성인이 되며 부담감, 책임감 때문에 우울 강박 생기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ADHD 증상은 '안 이런 사람도 있나?' 싶을 정도로 평생 겪고 있지만
이전의 의사 선생님은 '우울과 불안을 먼저 잡아야 ADHD 여부도 알 수 있다'며
우울과 불안 치료를 우선으로 하셨다.
이 선생님은 ADHD 치료를 받는 게 맞다고 하셨다.
돌이켜 보면 나도 아동기에 ADHD 증상이 분명히 있었지만
일단 수업시간에 조용히 앉아 있었고 (앉아서 딴생각을 함)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며 (매해 왕따를 당했을 뿐)
공부까지 잘했기 때문에 무슨 문제가 있는 아이로 여겨지지 않은 것 같다.
조용한 ADHD, 고기능 ADHD(학생으로서만 고기능)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정서적으로 완전한 소아우울증이었고 교우관계와 사회성은 파탄이었고
심한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경제적 문제 등등에 너무나 시달려 여유가 없던 내 부모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도움도 주지 못했다.
꿈도 현실 파악도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별다른 성과 없이 40살이 된 것 같다.
첫 TMS 치료를 받았다. 수영모자 같은 것을 쓰고 기계로 머리 한 부분을 눌러 전기자극을 준다.
수영모자 같은 것을 내 머리에 맞게 체크하고 세팅하는 데에 시간이 꽤 걸렸고, 이게 2만원이라고 했다.
TMS 치료비는 5만원. 아프지는 않았고 졸렸다. 25분 정도 한 것 같다.
마치고 나니 이마에 수영모자 자국이 뚜렷하게 남았다.
TMS 치료를 받으려면 모자 준비 필수인 듯하다.
다시 의사를 만났다.
유소년기, 뇌에 가소성이 있을 때 약물치료나 TMS 등으로 교정하면 효과 좋지만,
성인의 뇌는 치료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간다.
이상적으로는 주 5회지만 어려우니 주 2회씩, 최소 15회 이상 집중적으로 치료해보고
효과 본 뒤에도 월 1회 정도 교정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효과가 있는지는 환자의 주관적 느낌과 뇌파검사 두 가지로 판단한다고 했다.
10~15회 해본 뒤 뇌파검사를 다시 받는다고 했다.
의사는 TMS 치료는 기계 자체의 성능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TMS 세팅비 2만원 + TMS 치료비 5만원 = 7만원에,
뇌파검사, 초진 검사비 등등을 합쳐 오늘 진료비는 192,900원.
의사를 세 번 만났고 초진비는 원래 2~3만원 들기는 하지만.
뇌파검사가 얼마였는지 모르겠다.
19만 2900원! 정말 비싸다.
다음부터는 5만원 정도 나올 거라고 했다.
10회면 50만원, 15회면 75만원. 하지만 내가 나아질 수 있다면 치료비로 쓸 수도 있는 돈이다.
사람에 따라 전혀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이왕이면 효과가 있기를 바라며 열심히 받아보려 한다.
내가 알기로는 실비 보장도 받을 수 없는 것 같다. 문의나 해볼까...
하여튼 ADHD 치료로 나의 불안과 우울에도 돌파구가 생겼으면 좋겠다.
약물치료도 물론 고려하고 있다.
그래서 내 삶과 생활도 더 나아지고, 일도 더 잘하고 즐거움을 더 많이 느끼며 살고싶다.
식상한 말이지만 진심으로 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