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공원>
27쪽
이런 사람이면서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거,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면서도 이런 사람이라는 거.
38쪽
저는 여기서 이러고 있는데, 제가 여태 여기서 이러고 있다는 거에 저 자신이 매일같이 경악을 느껴야 되는 거 아닐까요? 안 그러면 결국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거 아닐까요?
42쪽
제가 그 일이 시작되기를 바랐던 날이 바로 그 일이 시작된 날일 수도 있죠.
64쪽
아이들이 우유를 마신 뒤 입주위에 흔적이 남는 걸 눈여겨 보신 적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게 참 묘해요. 아이들도 벌써 태도가 있고, 말을 하고, 걸어다니고 하는데, 우유를 마실 때는, 갑자기, 역시 아이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데 너무 뭔가 프랑스적이랄까(?) 중언부언하는 것 같달까, 무슨 심각한 내용인 것 같지만 아무 말도 아닌 것 같달까 해서 읽다가 그만뒀다.
<연인>
짧게 끊어 쓴 듯한 형식 좋다. 시점도 섞여 있고.
22쪽
날이 갈수록 굳어가는 생각. 그것은 무엇엔가 도달해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곳에서 빠져나가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
누군가를 바라본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그 시선에 합당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69쪽
우리 가족은 삶을 살아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근원적인 수치심 속에 빠져 있다.
...
우리 형제들의 이야기 가장 깊숙한 곳에는 우리 세 사람이 사회가 목 졸라 죽인 우리 어머니, 그 선량한 여인의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우리는 어머니를 절망에 빠뜨려 버린 이 사회의 한편에 비켜 서 있다. 그토록 다정하고, 그토록 남을 쉽게 믿는 우리 어머니에게 사람들이 저지른 짓들 때문에, 우리는 삶을 증오하고, 우리 자신을 증오하고 있다.
75쪽
우리는 먼저 우리의 삶의 원칙, 즉 우리의 불행에 대해 침묵하는 것을 배웠다.
90쪽
나는 여전히 우리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다른 어떤 곳도 아닌, 여기, 이곳에서 사는 것이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해 마음속 깊이 확신할 수 있는 곳은, 삭막하고, 끔찍하도록 엄격하고, 불법적인 행위가 벌어지는 우리 집뿐이다. 가장 궁극적인 확신, 즉 훗날 작가가 되리라는 확신을 되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뿐인 것이다.
121쪽
그녀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지 않는 자들만이 지닌 특별한 주의력을 갖고 있다.
122쪽
일등칸의 바 안에서 카드놀이를 하든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 가운데 한 청년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이 청년은 말 한마디 없이 자기 카드를 내려놓고 바에서 나갔다. 그러곤 갑판을 가로질러 달려가 바다에 몸을 던졌다. 전속력으로 항해중이던 배가 멈추는 동안 시체는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