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 치료기 230326

by 서한겸

약을 먹기 시작한 후 계속 드는 생각: 약의 효과인가? 아니면 내가 어느 정도 좋아진 상태에서(상태여서) 병원에 가고 약도 먹기 시작한 걸까?


크진 않지만 변화가 있기는 하다.


오늘은 오랜만에 자전거를 꺼내서 먼지도 닦고 바퀴에 바람도 넣고 30분 정도 탔다. 언제 타도 좋은 자전거. 날씨와 몸상태 둘 다 허락하는 날은 많지 않다. 최대한 타야지.

달리기도 조금 했다. 5분도 안 되는데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며칠 동안 안 든 것 같다! 오늘도 한 번도 안 들었다. 이건 진짜 약의 효과 아닐까?

하고 싶어서 늘 쫓기는 일(글쓰기)을 오늘은 하나도 못해서 스트레스 받는다고 생각한 순간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외로움은 내 경력상의 실패, 부진과 관련이 있는 걸까.

식욕이랄까 식탐이 줄었다. 세 끼는 나름대로 잘 챙겨 먹는데 간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많이 줄었다. 전에는 과자나 초콜릿 짜파게티 같은 것이 한 번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걸 결국 먹을 때까지 아주 애써 참았고 참는 동안 괴로웠고 길어봤자 다음날에는 반드시 먹어야 끝났다. 눈앞에 과자를 두고 안 먹고 남기는 일도 굉장히 적었고... 키 160에 55~좀 찌면 57 빠지면 53 (평균 55) 킬로그램을 오래 유지했는데 사실 정말 오랫동안 한 30년은 과식하는 상태라고 늘 생각했다. 남들도 내가 먹는 걸 보면 체격에 비해 많이 먹는다고 놀라곤 했다. 배가 불러도 늘 더 먹었고... 요 며칠은 그렇지 않다.

웰부트린을 먹었을 때는 목에 뭔가가 가득 찬 듯 음식이 안 넘어가는 느낌으로 좀 불안하고 초조하게 음식을 못 먹었다면 지금은 막 강박적으로 당기는 느낌이 줄었다.


러시아어를 배워 보려고 처음 시도한 게 10년도 넘는데 요즘 강의를 듣고 있다. 두 강을 더 듣고 일찍 자야지. 내일은 줌바 체험수업이 있는 날이다. 아침을 챙겨 먹고 날씨가 괜찮으면 걷거나 자전거를 좀 타고 나서 줌바 다녀와서 씻고 칫솔과 치약과 책가방을 챙겨서 도서관에 갈 생각이다. 빨간 머리 앤, 트라우마 사전, 미술평론 글을 읽고 단편, 장편 글감을 읽고 밤에는 트위터에 연재 중인 글을 쓰고 러시아어 수업 2개를 듣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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