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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겸 Apr 05. 2023

불안장애 치료기 230405

어제는 정말 힘들었다. 힘이 없고 피곤 나른 숨이 잘 안 쉬어짐. 상체~팔~손가락 무력감. 

식욕 없어 너무 적게 먹으니 더 힘이 없어 뭔가를 먹으려고 1시간 넘게 헤매다가 (도무지 먹고 싶은 것이 없었다) 중국집에 들어갔다. 8천 원짜리 간짜장을 시켰는데 춘권 2개도 같이 나오고 정갈한 흰 면 위에 무순, 검은깨, 달걀 프라이가 올려져 있어서 갑자기 엄청 기분이 좋아지며 '세상이 살만하지 않나?'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간짜장을 다 먹었다. 


6개월 전 조직검사를 했던 갑상선 추적검사 날이었다. 그전에도 갑상선 조직검사를 한 뒤, 추적검사를 하라고 했던 걸 5년 만에 검사를 했었다. 그런데 또 조직검사를 했던 터라 5년 동안 악화되었으면 어쩌지 하고 무척 후회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6개월 만에 재깍 갔다. 3시 20분 예약이었는데 2시 30분으로 착각하고 2시 20분에 갔다. 운 좋게 틈이 났다며 일찍 검사를 해줬다. 

의사는 그동안 쭉 이렇게 정기적으로 검사받으신 거죠? 하고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전에 오랫동안 검사 안 받아서 후회했어서 이번에는 바로 온 거라고 했다. 

6개월 전 석회질 때문에 조직검사를 받았는데 그때 1.5센티였던 것이 0.9센티인가로 줄었다고 했다. 조직검사를 하면 그렇게 되기도 한다고 했다. 어리둥절했지만 좋기도 했다.


병원 근처 도서관에서 <극락왕생>을 빌려 집에 왔다.


오늘 정신건강의학과에 3번째 가는 날이었다. 지난주에는 언젠지 모르게 저녁에 약 한 번을 빼먹었고 약 부작용이 심했다고 이야기하니 약을 안 먹은 날은 어땠는지 물었다. 별 차이 없었다고 하니 '부작용이면 약을 안 먹었을 땐 안 그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부작용은 졸린 느낌이고, 밤에는 어차피 자니까 밤에는 부작용 티가 덜 나지 않나? 


하여튼 푸록틴캡슐=> 트라린정이었던 것을 스타브론정으로 바꾸었다. 나머지 두 개, 인데놀정과 자나팜정은 처음부터 그대로다. 이 중에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고는 했다. 하여튼 이번에도 2~3일 먹어보고 부작용이 있으면 저녁약 중에 깨지 않은 동그란 것(스타브론정)을 빼고 먹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증상이 없으면 스타브론정 때문이고 아니면 인데놀정 또는 자나팜정 중에 부작용 원인이 있는 거라고.

나에게 맞는 약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겠지. 한 번에 일주일 씩 부작용에 시달리며 날리는 게 아쉽지만 치료의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인생 허비 낭비 허송세월같아 한편으로는 가슴이 찢어지고 짓이겨진다. 하지만 우울과 불안으로 이미 수십 년도 날린 것 같다. 내 모든 경력과... 내가 포기한 그 모든 길들. 


병원비는 7200원인가 그랬다. 초진은 2만 원대였고 2번째는 9천원대였어서 병원비가 어떻게 정해지느냐 물으니 상담시간에 따라 정해진다고 했다. 그러면 다음부터는 최대한 짧게 약 관련된 이야기만 해야지.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제공하는 상담(12회기)을 신청할 생각이다. 그동안 꾸준히 받아왔던 것이다. 계속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비싸서 재단에서 제공해 주는 만큼 1년에 1번(12회기)만 받는다. 이것만도 큰 도움이 되긴 한다. 


또 짜장면을 먹었다. 안 들어갈 것 같았는데 한 그릇을 다 먹었다. 맛이 없었지만. 너무 짜서 '우아 진짜 짜다' 하면서도 다 먹었다. 카페라테도 마시고.


도서관에서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 피플>을 반 정도 읽었다. 내용은 취향이 아니지만 필력이 대단하고 문장이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읽힌다. 유명하고 인기 있는 책은 이유가 있나 보다 싶었다. 


피아노 배워야 하는데 마땅한 학원 찾기가 쉽지 않다. 피아노가 정말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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