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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겸 Apr 07. 2023

불안장애 치료기 230407

230406

어제 저녁, 그리고 오늘 아침 

인데놀정/자나팜정/스타브론정 


오늘 아파트 정기소독이라고 해서 하루 종일 소독하는 분 기다렸다. 이것만으로도 지나치게 초조했다. 불안장애라서 그렇겠지? 이건 정말 장애다.


오늘은 굉장히 흥분되고 초조하며 식욕이 과해졌다.

아침을 조금 먹었는데 또 편의점에 가서 과자 2 봉지와 불닭볶음면, 닥터페퍼 1+1 사 와서 다 먹었다.


점심에 편의점 도시락 1개와 마카롱 2개. 양이 꽤 된다. 왜 이렇게 쫓기듯 뭐가 먹고 싶지. 맛있지도 않다. 


몸이 특히 가슴 몸통 팔 쪽이 미세하게 떨리면서 힘이 빠지는 듯. 초조해서 힘이 넘치는 듯. 미묘하게 불편하다. 


숨 잘 안 쉬어지는데 이건 저번주에도 그랬다. 


230407

오늘은 집에 뭐 고치러 사람이 오는 날이었다. 오전 중에 온다더니 11시 40분에 왔다. 나는 9시부터 아니 그전부터 아침에 눈뜰 때부터 사실은 어젯밤부터 초조했다. 긴장됐다고 해야 하나?


쿠키 구워서 8개 중에 3개 큰 걸로 먹고 명태 조금 먹고... 점심은 편의점 도시락이랑 불닭볶음면이다. 배가 부르고 맛도 없었는데 끝까지 다 먹었다. 뭐에 씐 듯이... 약이 잘 안 듣나... 평소에도 이런 느낌이기는 했다. 과한 식욕이 초조함 불안의 부작용이었나 그동안. 식욕이 하여튼 배고픔과 거의 관련이 없는 다른 증상이다. 지난 2주 동안 보지 않았던 먹방도 다시 봄. 많이 먹고 싶은데 먹고 싶은 만큼 다 못 먹으니까 (돈, 식사량 문제 등등) 먹방을 자주 보곤 했다. 


어제 오늘 부정적 사고도 늘었다. 원래 꾸준히(수년 이상) 있던 것. '죽고 싶다.' '그냥 죽을까.'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 ... 습관적인 생각 


약을 또 바꿔야 될 것 같다. 첫 주의 약이 제일 잘 맞는 편이었던 듯. 부작용도 제일 견딜만했고. 그리고 보통 안 맞는다고 1주일마다 바꾸나? 싶기도 하고, 부작용 겪으며 1주일씩 날리는 것도 참 아쉽구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불안장애 때문에 날린 나의 많은 기회들, 할 수 있었을 일들... 참 아쉽다. 


오은영 박사도 불안은 삶에 꼭 필요한 거라고 했는데. 그렇게 치면 뱃살도 꼭 필요하고 피지도 각질도 꼭 필요하지. 문제는 적당한 양만 있어야 한다는 거다. 다른 모든 것이 그렇듯이. 


하여튼 내가 불안이 가장 심하던 때에는 모둠초밥을 시키면 제일 좋아하는 거 먼저 먹었습니다. 초밥 먹는 동안 죽을 수도 있으니까... 일주일 뒤 약속을 잡는 걸 이해 못 했습니다 그때까지 살아있으리라는 확신이 도무지 들지가 않아... 일주일 뒤 약속 잡는 사람들이 무슨 종교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식사 약속을 잡을 때에는 2층 식당만 갔습니다. 1층에 앉아 있다가 급발진 자동차가 식당으로 돌진해 올까 봐 3층부터는 불나면 뛰어내리면 위험하니까 2층은 급발진과 화재로부터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이 증상이야 증상이 성격이고 지금... 마음이 아파 30대 후반인데. 너무 오래 이랬다. 

그래도 심한 불안을 안고서 이만큼(이라도...) 살아온 게 다행이다.라고 생각하자.

인생은 오늘부터라고 믿으며 살아가 봐요


출간을 앞둔 책이 있어서... 편집자와 함께 마무리 중인데 거의 바로바로 일을 해서 보냈다. 너무 초조하고 불안한데 일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짧은 시간에 초집중해서 보낼 수 있었다. 이런 태도로 평생 중요한 일들에 임해 왔다... 


힘든 하루였지만 내일은 더 낫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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