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한겸 Apr 11. 2023

불안장애 치료기 230411

오늘 아주 많이 안 좋았다. 체력적으로 아주 힘든 일이 있었다.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는 상상을 했다. 창문이 높아서 의자를 놓고 올라가야 하는 생각을 했다. 실행할 마음은 없었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싫었다.

남편에게는 요즘 정말 많이 힘들다고 여러 번 이야기하고 있다. 남편은 여러 모로 나를 돕고 지지해주고 있지만 나는 그 이상을 원하는 마음도 있다. 근데 그 이상이 뭔지도 모르겠고 남편의 성격상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난 아주 힘들다고 여러 번 얘기했고 당신은 그 이상의 방법을 찾아야 했어. 내가 자살이라도 하고 나면 당신은 내가 힘들다고 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충격받게 될 것 같아'라는 생각도 든다. 

정말 나쁜 생각이다. 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다. 너무 나쁜 일이고 타인에게 그런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결혼하면서 '절대 자살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다. 아... 이런 생각 다 싫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했다고 말하는 것도 너무 충격받고 상처가 될 것 같아서 ... 말을 못하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고 말하는 상상을 하면서 남편이 너무 상처받을 것 같아서, 그리고 이렇게 힘든 거 자체도 서러워서 울었다. 

내일은 의사를 만날 거고 다음주부터는 상담도 받을 거니까 거기 가서 말하는게 낫지 않을까.

그 사람들은 직업이라 해도 그사람들에게도 미안한 생각이 든다... 


이번주는 왜 이럴까. 약을 먹기 전이랑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나쁜 것 같다. 세 가지 약을 먹고 있는데 스타브론이 나에게 효과가 없거나 적다 해도 나머지 두 약은 효과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정신과도 응급실로 갈 수 있다고 들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정신과 진료도 예약이 쉽지 않다. 그리고 아까는 꽤 응급한 상황으로 느껴졌다. 방금도 많이 울었다. 응급실에 가는 건 가족을 너무 걱정시키는 일 같은데... 어느 정도는 혼자 이겨내야 하지 않을까.


일단 자려고 누웠는데 너무 울게 되어서 일기를 쓰고 자기로 했다. 글로 좀 털어놓으면 나으니.


내일 정신건강의학과 4번째 가는 날이다. 약은 바꿔달라 할 거고 푸록틴캡슐이 제일 나았던 것 같다고 말해볼 생각이다. 의사가 또 다른 약을 추천한다면 그에 따를 것이다. 그리고 오늘 응급실에 갈 생각을 했던 것, 자살 생각을 했던 것을 이야기하고 주사를 맞을 수 있으면 맞고 싶다고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어떤 주사가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어서 자고 싶다. 다행히 내일은 남편이 쉬는 날이어서 같이 병원에 가주기로 했다. 지금 경제적으로 궁핍하지는 않고 의지가 되는 가족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딱 내 마음만 문제인 거니까... 직업상 실패도 문제긴 하지만... (이달 말에 책이 나온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배가 엄청 뜨거워지면서 욱신하고 아프다)


하여튼 어서 자고 싶다. 잘 자고 내일 일어나야지. 병원 진료 마치고 맛있는 음식을 사 먹고 집에 돌아오고 싶다. 마음이 건강해지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안장애 치료기 23041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