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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겸 Apr 12. 2023

불안장애 치료기 230412

어젯밤 남편에게 아주 많이 진짜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남편은 답을 모르는 문제, 해결책을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 말을 잘하지 않는다. 못하는 것 같다. 입발린 소리나 ‘위로만을 위한 말’ 같은 걸 잘 모르는 사람이다. 그 대신 내가 ‘당장 편의점에 가서 초코우유랑 불닭볶음면 모든 맛 1개씩 사 와’라고 하면 사다 줄 것이다. 구체적인 부탁은 잘 들어준다.




오늘 남편이 휴가를 내고 같이 병원 가줬다. 전에 살던 곳에서 한 군데 심리상담소를 4~5년 정도 다녔다. (1년에 12회기씩. 예술인복지재단 지원으로. 그게 아니면 솔직히 조금 부담스러운 지출이다...) 그 뒤로 옆 도시로 이사왔지만 상담 선생님께 추천받은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고 있다. 그래서 조금 멀긴 하다. 하지만 내가 좋아했던 상담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곳이니 더 마음이 편해서 믿고 다녀 보려 한다. 지금은 약이 우선이라 생각해서 병원은 이곳으로 다니고 상담은 지금 살고 있는 도시에서 다니기로 했다. 


나: 아침 점심에 쫓기듯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다. 폭식은 아니고 과식 수준. 그러나 맵고 짜고 단 것 위주로, 먹고 싶지도 않은데도 꾸역꾸역 먹음. 생리 전 증후군일 수도 있고 신체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사건(노동)도 있었다. 지난 일주일이 일주일이 아니라 2~3 달이었던 듯이 아득히 느껴질 정도로 정말 힘들었다.

어제 뛰어내릴 생각을 했다. 119를 부를까 했다. 죽고 싶은 생각이 많이 났다. 약효가 없게 느껴졌다.

(의사는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해 보라고 했다. 병원에 환자가 늘 많지만 의사는 급한 기색 없이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설명도 해준다. 오히려 내가 상담시간에 따라 병원비가 책정된다는 사실을 안 후로 쓸데없는 징징거림은 상담소에 가서 하기로 하고 약에 대해서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치료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간략하게 물어봤다.)


의사: 어제 같은 경우에는 119를 부르는 게 맞다. 당장 위험한 상황이나 행동으로부터 보호해 줄 것이다. 늘어지거나 하는 증상은 없었는지? 

나: 없었다. 낮 동안 졸리거나 늘어지지는 않았지만 평소보다 4시간 정도 일찍 잤고 많이 잤다. 아주 특이사항으로 일주일 중 4일이나 씻지 않고 잤다. 하루에 1번은 꼭 씻기 때문에 특이한 일이었다. 


그리고 미리 생각해 간 질문도 했다.


나:앞으로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약이 아주 많은지? 대략 몇 종류나 되는지?

의사:약 종류는 많지만 지금 증상에 적용해 볼 수 있는 건 15가지 정도. 하지만 증상이 아주 심하진 않기 때문에 약을 나눠서 복용하곤 하는데 최소 용량이 크다거나 캡슐로 되어 있어 나눌 수 없는 약은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 시도해 볼 수 있는 약은 5가지 정도다.

나:부작용이 있는 경우 1주일 정도만 먹어 보는 게 맞는지? 조금 더 길게 먹어 보면 적응이 될 수도 있지 않을지? 첫 약(푸록틴캡슐)이 좋았어서 더 먹어보면 좋겠어서 묻는 것이다. 그리고 바꾸지 않고 먹고 있는 두 종류는 꼭 필요한 것인지? 안 바꿔봐도 되는지?

의사:환자가 첫 약을 좋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처음으로 먹고 증상이 잡히는 느낌이 들어서 그러는 것이다. 지금 인데놀과 자나팜은 3주째 꾸준히 먹었고 어느 정도 먹으면서 약효가 축적(?)되는 것도 있고, 기복이 있기도 하다. 지난주 스타브론은 용량이 적었으니 늘려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인데놀과 자나팜은 계속 먹는 게 좋겠다는 판단인 듯했다. 처지거나 졸리는 증상에 대해 반복해 묻는 것으로 보아 처지거나 졸리는 부작용을 피하는 듯했다. 지난주에 먹은 스타브론은 이런 증상은 없었다.)

나: 어제는 너무 심해서 주사를 맞으면 어떨까 했다.

의사: 주사는 정말 심한 경우에만 맞는 거다.

나: 입원은 어떨까

의사: 우리 병원은 외래지만 지금 같은 경우 입원도 좋다고 본다. 


하지만 나는 전에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니면서 증상이 심한 환자를 보는 것으로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었기 때문에 입원은 하기 싫었다. 


나: 뇌 검사를 받아보면 어떨까. 이 정도면 뇌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

의사: 정신건강의학과는 어차피 임상전문가의 진단(판단?)으로 치료하게 된다. 뇌에 문제가 있다 해도 치료법은 같다. 증량을 해볼 테니, 아침저녁 약으로 나가는 것을 오늘 점심 먹고 아침 약을 먹도록. 그리고 안 좋으면 이틀 뒤에라도 병원에 와라.




오늘 병원비는 7200원. 약은 지난주보다 2배 용량인데 약값은 2900원에서 3400원으로. 두 배로 오르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약 (하루 복용량)

첫 주:   인데놀정10mg(반씩 2회) 자나팜정0.125mg(반씩 2회) 푸록틴캡슐10mg(1개 1회)

=>낮 동안 졸리고 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 부정적 사고는 매우 감소 식욕 감소(정상적)

둘째 주: 인데놀정10mg(반씩 2회) 자나팜정0.125mg(반씩 2회) 트라린정50mg(1/4씩 1회)

=>졸리고 몸에 힘이 빠짐이 심했음.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 식욕 감소

셋째 주: 인데놀정10mg(반씩 2회) 자나팜정0.125mg(반씩 2회) 스타브론정(1개 1회)

=>약을 먹기 전과 비슷할 정도로 부정적 사고 많고 우울하고 식욕 과다

넷째 주: 인데놀정10mg(1개 2회) 자나팜정0.125mg(1개 2회) 스타브론정(1개 2회)

=> ? 


첫날 초진 검사비는 조금 몇만 원(그날 일기에 썼는데 기억 안 남)이고 그다음부터는 7~9천 원 선. 약값은 매우 3~4천 원 정도다. 맞는 약을 찾아서 2~3주 또는 뭐 하여튼 더 긴 텀으로 다니고 싶다. 




가려고 벼르던 식당에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서 (메뉴를 자세히 읽어보니 뭔가 미덥지 않았다) 이마트 푸드코트에 가려고 했는데 이마트에 가보니 리뉴얼하면서 푸드코트가 없어졌다고 했다. 대실망... 전부터 궁금했던 샐러드 6종세트를 사서 차에서 먹었는데 별로 맛이 없었다.

저녁에 중국집에 가서 간짜장을 먹었다. 정말 정말 짰지만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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